김봉철 편집부 차장대우

"우리 딸, 선거가 뭔지 아니?"

"아빠는 그것도 몰라요? 어른들끼리 싸우는 거잖아요"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독려 포스터를 보면서 이뤄진 어느 부녀의 대화에 요즘 우리 선거판의 낯 뜨거운 행태가 가감없이 드러난다.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여러 후보들 중 특히 제주도지사 후보들 사이에서 '정책 대결'은 간데 없이 서로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는 흑색선전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제주상공회의소 강당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서도 후보들은 "공정선거, 정책선거 실천을 약속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모든 후보들의 약속이 투표일까지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돼 지금은 선거 후보들도 부르짖는 단어가 된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선거와 관련해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공약, 즉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증거' 또는 '증거물'이라는 뜻의 라틴어 '마니페스투(manifestus)'에서 유래했다.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쓰이다가 1644년 영어권 국가에 소개돼 오늘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매니페스토 운동은 2006년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본격화 됐다. 공교롭게도 그 해 매니페스토 운동의 시작도 지방선거(제4회)였다.

2000년에 전개됐던 낙천·낙선운동의 연장선상에서 2006년 5·13지방선거를 계기로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이 구체성을 띠고 있으며 실현 가능한지 여부를 평가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평가 기준으로는 공약의 구체성, 검증 가능성, 달성 가능성, 타당성, 기한 명시 등 5가지다. 공약의 지속성, 자치력 강화, 지역성, 후속조치를 평가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특히 이같은 지표는 대선보다 유권자와 밀접한 지방선거에서 더 의의가 있다.

도민들의 삶과 제주의 미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매니페스토에 근거한 수준 높은 대결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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