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문화부국장 대우

"어서와 방탄은 처음이지". 소년들이 한국어로 미국을 점령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전 세계 대중음악의 성공 척도로 여겨지는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 영어가 아닌 음반이 1위에 오른 것도 무려 12년 만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곱 멤버 각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노래에 담아 지역과 언어, 문화와 제도를 뛰어넘었다…여전히 새로운 시작이다. 멋진 모습으로 우리 국민들,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나눠주어 고맙다"는 축전을 보냈을 만큼 획기적인 일을 해냈다. 눈만 뜨면 새 얼굴이, 그것도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는 아이돌 홍수 속에 이들이 쏘아올린 축포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돌과 지방선거 닮은 꼴

글로벌 스타로 손꼽히지만 이들은 지방 출신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3년이란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하루로 빼놓지 않고 꼬박 8시간씩 연습하며 데뷔 할 수 있기를,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기를, 음악프로에서 1위 할 수 있기를 하는 꿈을 차곡차곡 이뤘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다 알았을까. '아이돌'을 삶과 일체화하는 10대도 아니고, '모르면 간첩'이라는 도발에 넘어갈 정도는 더더욱 아니지만 멤버 7명의 이름과 특기, 히트곡 몇 곡 정도는 줄줄 읊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축전에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를 언급한 사실도 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덕이다.

현란하면서도 각 잡힌 군무와 음악 실력을 걷어내고 보면 사실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 나온다. 이제 곧 본무대를 시작하는 6·13지방선거를 통해 보는 것들이다. 시작은 각기 다르지만 몇 년 길게는 십 수 년 준비를 거쳐 자리를 잡고 시대적 상황과 다양한 조건을 살펴 출사표란 것을 던졌다.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 홍보라는 수단을 적절히 활용한다. 최근 가장 화력이 좋은 무기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묶은 페인트 SNS다. 입장표명 수준의 단순한 내용이 전부였던 걸음마 단계를 지나 이제는 홍보영상, 인터뷰, 1인 미디어, 스토리라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했다. 지지선언 등 전통적인 여론몰이보다 페인트 소통 정치의 영향력이 더 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아는 사람을 통해 그 사람의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데다 일반적인 뉴스보다 '신뢰하는 사람이 전한'효과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가짜 뉴스'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SNS 소통은 선거 승리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방탄소년단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교훈 삼아 SNS를 통한 내·외공을 쌓았다. 멤버 전원이 데뷔 전부터 음식에서 안무연습, 신곡 홍보까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트윗과 유튜브 공유로 전 세계 K팝 팬들의 즉각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강남스타일은 단 한 곡의 음악이지만 방탄소년단의 뒤에는 '내가 키워가는'감정의 소통으로 묶인 탄탄한 지지 세력이 있다.

승자독식 보다 소통 먼저

아이돌의 세계나 선거나 승자독식의 룰이 적용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고 싶은 심정이야 모르지 않지만 쉴 새 없는 논평전(戰)에 폭로와 비난 같은 것이 소통의 방법일 수는 없다. 이 상태로 승자가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에 동의한다.

필요하면 아이에게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을 두고 누구도 '반짝 스타'라 말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SNS 축전에 누군가는 환영의 박수를 쳤지만 누군가는 같은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 개정안에 대해 "거부해주십시오"란 댓글을 달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얻을 것만 생각한다면 필패다.

혹시 잊어버렸을까 싶어 정리하자면 민주적 정권교체의 모델을 만들었던 촛불집회도 SNS가 이끌었다. 한 뜻을 확인하며 이룬 결과다. 그러기에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언급했다. 6월 13일 진실로 정의로운 결과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