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립교향악단의 "2002 교향악 축제" 개막연주 모습.
 “제주시립교향악단은 이제 더 이상 ‘지방 악단’이 아니다”

 지난 1일 저녁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02 교향악축제’ 서막을 연 제주시립교향악단 연주를 지켜 본 음악인과 청중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멘델스존 to 쇼스타코비치’를 부제로 한 교향악축제 개막연주는 지방악단에서는 엄두 못 낼 폭넓은 레퍼토리로 음악인과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교향악축제에 관악곡을 서곡으로 내세웠다거나 발레음악에 합창단과 관악단까지 150여명의 연주단, 연주회장을 도민 화합의 장으로 만든 점 등등.

 제주시향은 이날 개막연주를 김정길씨(전 서울대 교수)의 화려하고 장중한 울림의 ‘관악합주를 위한 축전서곡’(2000제주국제관악제 위촉작품)을 시작했다. ‘축전서곡’은 이번 교향악축제의 유일한 창작음악. ‘축전서곡’에 이어 한국 최정상 피아니스트 김대진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지적이면서도 명징한 울림의 피아노 협연 무대가 이어졌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터치,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며 들려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에 청중들은 박수세례로 화답했다. 청중들의 뜨거운 갈채에 연주자는 즉석에서 기교 넘치는 피아노 선율을 앵콜곡으로 선사, 고마움을 전했다.

 2부 무대는 제주 음악인들의 자존심이 펄펄 살아있는 무대였다. 제주시향 상임지휘자 이동호씨의 ‘암보’에 의한 정열적인 지휘, 제주시향과 서귀포시립관악단·제주시립합창단 등 150여명이 음악인이 합심해 꾸민 이 무대는 현대 발레음악의 진수를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1시간 가까이 들려준 하차투리안의 ‘발레음악 <스파트라쿠스> 발췌곡’과 라벨의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 제2모음곡’은 활기 넘치면서도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감미로운 선율이 반복돼 청중들은 감상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악장 중간 중간에 터져 나온 박수소리는 연주의 흐름을 끊게 했다.

 뱃고동소리와 해녀들의 숨비소리로 고향 분위기를 띄운 앵콜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사물과 허벅, 태왁 등 소품을 활용한 ‘이어도사나’와 ‘너영나영’가 연주되자 재경도민들은 입 속으로 제주민요를 따라 부르며 오랜만에 고향의 정취를 만끽하는 표정이었다.

 한편 이날 연주회는 제주출신 국회의원 현경대(한나라)·원희룡(〃) 의원과 국회 한화갑(민주)·정범구(민주) 의원, 송창우 재경제주도민회장 등 도민회 관계자, 김태환 제주시장과 김병립 제주시의회의장, 김순규 예술의 전당 사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등 2000명이 관람, 성황을 이뤘다.

 이날 제주시향 개막연주 실황은 KBS 위성 1TV를 통해 안방으로 곧바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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