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완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교수, 논설위원

바야흐로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11년 만에 성사된 지난 4월의 3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전쟁 위험 해소를 위한 공동 노력,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 등을 발표했다. 

며칠 전 북미회담의 일방적인 전격 취소와 재개가 하루 만에 요동치는 등 소위 '트럼프 롤러코스터'에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집단 현기증을 느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4차 남북정상 회담으로 이제 한반도 평화의 기차는 출발한 것으로 봐도 될 듯하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139m) 미국 뉴저지 '킹다 카'나 가장 빠른(시속 240㎞) 아부다비 '포뮬라 로사' 롤러코스터를 생각하면 여전히 '트럼프 트위터 알람'도 걱정되고 부침이 있겠지만 시나브로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왔다.

한반도 평화 시대에 맞춰 특히 지방선거와 맞물려 모든 지역이 한반도 평화 시대의 주역이자 중심이라며 정치적 수사(修辭)가 범람하고 있다. 제주도는 동북아의 평화의 섬으로 강원도는 한반도의 교통과 물류와 관광의 중심으로 한반도의 경제발전과 평화번영을 견인하겠다고 한다. 주식시장도 북미회담과 맞물려 롤러코스터 장세이지만 한 달 새 6배나 오른 종목을 포함해 60여개에 달하는 이른바 '경협주'들은 거래량도 증가하고 지속적으로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대체로 한반도 평화 시대의 판문점 선언은 정치외교나 군사적 측면을 넘어 지역개발과 주식시장에까지 즉 경제 및 생활 전반에까지 긍정적 신호가 되고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 관광학자는 한반도가 세계 관광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허언으로만 치부할 일도 아니다. 시베리아 철도의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톡 철도역의 한 해 이용객은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사실상 섬 국가인 분단 현실이 극복되고 북한을 거쳐 대륙으로 연결이 된다면 국제관광객의 유입이 쉬워지면서 관광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이처럼 한반도 평화 시대는 특히, 한국의 국제관광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초강력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에 따라 제주의 국제관광 부문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불어 평화의 섬,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한 교차관광, 제주-북한 평화크루즈 등을 내세워 거대 물줄기에서 역할과 수혜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조금 차분하게 보면 한반도 평화 시대가 와도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는 국제관광객에게 제주도는 여전히 섬으로 고립된 곳이다. 최근의 지속가능한 자원의 이용이나 환경적 보전가치의 담론 등을 고려하면 제주도의 관광수용력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제주도는 아무리 국제관광의 수요가 급증하고 접근성이 증대되어도 태생적 및 주체적 한계를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광은 현장에서 진정성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비와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수요 탄력성이 높고 공급은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 시대가 오면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 국내관광 수요에서 북한관광은 제주관광의 보완재보다는 대체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제주의 국내관광 측면에서 보면 기적 같은 기회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위기이자 고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시대는 세계사적으로, 인류에게, 한반도에,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자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희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주관광의 입장에서는 낙관적이거나 희망적인 기대에 앞서 조금은 차분하고 냉철하게 씨줄과 날줄을 살피고 체계적인 대응전략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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