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봉사(奉仕).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봉사를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심부름과 서비스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란 차이 이외에도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심부름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시키는 일을 해주는 일'이고, 서비스는 '봉사'와 비슷한 말로 '남을 위해 돕는 일'이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다 반찬이 모자란 상황에서 손님이 "여기 반찬 더 주세요"라고 말해야 반찬을 가져다주는 것은 심부름에 가깝고, 손님이 부탁하기 전에 반찬이 부족할 것을 예측해 먼저 가져다주는 것은 서비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 계절이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봉사'일 것이다. 제주도지사, 제주도 교육감,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106명이다. 이번 주 금요일(8일)과 토요일(9일) 6·13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 출마자들은 지난 5월 31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됨과 동시에 거리 유세 등을 통해 자신이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심부름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든, 지방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 선거든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모두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 "지역주민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녹색당, 무소속 제주도지사 후보들은 일찌감치 봉사자 이미지를 앞세우며 지지층 모으기에 나섰다.

출마자들은 제주도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있지만, 도민은 후보들이 제주를 위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깜깜하기만 하다. 사전투표가 코앞이고, 며칠만 지나면 투표일임에도 제주도지사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흠집 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도민들은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처럼 "봉사하겠다"고 떠들지 않고 소리 없이 이웃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출마자들도 '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지금부터 선거 이후까지 제주를 위해 소리 없이 봉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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