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체육부 부국장 대우

'15개 종목, 14개 최다 금메달'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제주도선수단이 거둔 성적이다. 그냥 숫자만으로 봤을 때 뭐가 그리 대단한 숫자냐고 하겠지만 제주도선수단 646명이 혼연일체가 돼 따낸 의미 있는 숫자다. 도선수단은 지난 5월 충북 충주시 일원에서 개최된 전국소년체전에 29개 종목(초등부 18, 중학부 27)에 선수 460명을 비롯해 본부임원 90명,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 96명을 파견했다. 당초 도선수단은 기록 및 점수종목에서 6개와 단체 및 개인단체 종목에서 6개, 체급종목에서 8개 등 모두 20개 이상의 메달을 목표로 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도선수단은 금메달 14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11개 등 38개의 메달을 쏟아냈다. 어린 선수들이 치르는 대회니 그날의 컨디션이나 만나는 상대에 따라 변수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경기력 분석을 담당하는 도체육회의 분석 실패(?)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본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이 숫자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이기고자 하는,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상대 선수보다 강했다. 특히 초등부 축구 결승전이 열린 충주 수안보생활체육공원구장은 그 열기가 어느 장소보다 뜨거웠다. 남초부 제주서초 단일팀과 여초부 노형초·도남초로 구성된 제주선발팀이 사상 첫 전국소년체전 동반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제주서초는 전국최강이자 강호인 경기 의정부 신곡초를 맞아 승부차기까지 가는 초접전 속에 귀중한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내내 박빙을 승부를 이어가던 제주서초는 후반 11분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똘똘 뭉친 제주서초의 우승을 향한 의지는 경기종료 1분을 남기고 동점골로 이어졌다. 여초부 제주선발도 경북 포항 상대초를 만나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며 2-1 승리로 동반 우승의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제주도선수단은 패하더라도 경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보여줬다. 지는 것도 배워야 한다는 의미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제주도내에는 주로를 비탈지게 만든 사이클 전용경기장인 '벨로드롬'이 없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주동중 사이클팀이 여중부 2㎞단체추발에서 은빛 질주를 선보이며 전국 사이클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초부 핸드볼 서귀중앙초와 광양초를 주축으로 한 제주선발도 전국 최강 강원 삼척초를 맞아 석패를 당해 은메달에 만족했다. 지난 1974년 제3회 서울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후 초등부 핸드볼팀은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를 따냈다. 그만큼 전국 정상의 자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경기를 마친 어린 선수들의 눈가에는 한없는 눈물이 고였다. 우승을 놓쳤다는 아쉬움보다 도내에 상급학교가 없어 운동을 그만두거나 타 지역으로 진학해야 운동을 계속할 수 있기에 아픔이 더 컸다. 서귀중앙초는 5학년 선수가 2명에 불과해 6학년이 졸업하게 되면 선수부족으로 팀 해체까지 가는 기로에 섰다. 

전국소년체전은 시·도 간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참가자 모두의 화합을 꾀하는 축전의 장을 만들기 위해 전국체전과 달리 종합순위를 집계하지 않는다. 다만 종목별 단체 및 개인시상이 진행, 105명의 최우수선수만을 선정했다. 지난 5일 제47회 전국소년체전 해단식에서 부평국 제주도체육회장 직무대행은  "앞으로 제주도체육회는 창립 67주년의 축적된 경륜을 바탕으로 제주체육 진흥 5개년 계획 추진을 통해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통해 전문체육으로 연계 육성하는 제주형 선진 스포츠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선순환 시스템 안에서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를 발굴·육성하고 엘리트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지도자로 연계될 수 있도록 도와 체육회,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더욱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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