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2000년대 들어 노동과 일의 지형과 성격이 급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는 물론 다른 이의 통찰을 거치지 않더라도 직접 자신의 관찰과 체험으로도 직감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변동일 것이다. 다만 그러한 변동이 일으키는 파고가 개개인의 신상과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뚜렷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일뿐이라는 요즘 고용안정성을 우선 고려했을 젊은 세대는 공직 입문에 매달리고 정부 역시 공공 부문 고용 창출을 일자리 만들기의 주요 과제로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의 육체적·인지적 능력에 크게 기대 온 노동과 일이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전과 득세로 대변되는 기술 혁명의 시대를 맞은 지금, 그 기술변동이 경제와 기업, 그리고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글로벌 컨설팅 펌 맥킨지가 금융·에너지·헬스케어·제조·소매업 등 다섯 개 주요 산업 부문에서 서로 다른 핵심적 직무기술이 소요된 시간을 산출한 통계가 시선을 끈다. 맥킨지는 2016년 기준으로 노동현장에 요구되는 직무기술을 각각 단순육체적기술·기초인지적기술·고차원인지적기술.사회감성적기술·테크놀로지분야기술 등 다섯 유형으로 크게 범주화 한 뒤, 각각 직무기술의 2016년 소요된 시간 현황과 2030년 예측 소요시간을 따져보았다. 

미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한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위에 분류된 다섯 직무기술의 2016년 소요 시간(10억시간 단위)은 각각 약 203, 115, 140, 119, 73 시간이었다. 백분율로 따지면 각각 총 직무기술 소요 시간의 31%,18%,22%,18%,11%를 차지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술변동에 따라 펼쳐질 미래상은 이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2030년 각각의 직무기술 분야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시간은 174, 97, 151, 148, 113 시간이었다. 수치에서 드러나듯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테크놀로지분야기술의 약진이다. 2016년 11%에서 2030년에 이르면 17%로 몫이 커져 소요시간 증가율이 무려 5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프로그래밍 등 고급기술 만이 아니라 기본적 디지털 직무기술 등에 대한 수요가 가까운 미래에 이르기까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리더십·관리직 분야를 포함한 사회감성적기술 분야 수요도 증가세를 보여 18%에서 22%로 늘 것으로 예측된다. 고차원인지적기술 분야 수요는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세부적으로 창의 분야 직무 수요는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기준 단순 사무직렬에 해당하는 기초인지적기술 분야 수요는 18%에서 14%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만, 현재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단순육체적기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서 25%로 급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보면 생산 및 공정 부문에서 크게 하락하는 반면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러한 변동이 특히 저숙련 노동계층에 큰 타격을 줘 소득불평등 확대와 중산층 축소라는 부정적 사회상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도태되는 기업과 노동인력이 증가하면서 국가·사회 공동체의 부담도 커질 것이다. 반면에 기술변동이 생산성 증대, GDP 성장, 기업 실적 향상, 그리고 새로운 번영의 기회 창출로 이어져 낙관적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앞서의 우려에 못지않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기대 역시 전제와 그 전제에 따르는 적응과 고통을 수반한다. 결국 기술변동이 향후 어떤 경로로 이행하든지 간에 그에 대한 대응은 정부, 기업, 노동 등 사회 전체 이해관계자의 과제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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