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열린 54주기 제주4·3 학술대회.<강정효 기자>  
 
 제주 4·3진상조사보고서는 대규모 주민집단학살을 불러일으킨 가해자들의 명령 지시체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3일 오후 2시 다랑쉬굴 유해발굴 제10주년 및 제주 4·3 제 54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4·3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의 의의’의 기조발제를 통해 “가해자들의 명령 지시체계를 밝혀내는 것은 미군정과 미군사고문단, 미국 정부의 학살에 대한 책임을 밝혀내는 것”이라며 “학살에 대한 방조나 묵인도 학살책임과 관련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4·3진상조사보고서는 중요한 학살사건에 대한 정부의 최초의 진상조사보고서가 될 것”이라며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것이며 현대사의 연구와 교육, 과거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에 기념비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서 작성 의의를 밝혔다.

 특히 “진상조사보고서에는 △한국전쟁시의 집단학살 △그 이후 시신의 처리과정 △연좌제의 부당한 적용 △5·16 쿠데타에 의한 유족들의 탄압 △극우반공세력과 극우언론에 의한 진상규명 억압·방해 행위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정애씨(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는 ‘4·3과 한국정부의 역할-군부를 중심으로’의 주제발표를 통해 “경비대 창설 때부터 군사경력자라는 이유로 미군정에 의해 중용된 만군, 일본군 출신들은 이승만의 반공노선에 충실, 정부수립 이후에도 모두 6차례에 걸친 4·3 토벌작전을 지휘하게 된다”며 “이때 사용된 전술은 과거 일본군이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주민의 생존권이 무시된 과잉진압의 형태를 띤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창후씨(제주 4·3연구소 부소장)는 ‘4·3진상조사보고서 작성과 미국자료’를 통해 “4·3과 관련한 미국 자료 중 미국의 정책안 등이 담긴 핵심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미국정부가 관련 자료를 비밀해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특히 4·3 중앙위원회가 미 정부에 중요문서 비밀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임대식씨(역사비평 주간)의 ‘반민족 반민주와 과거청산’안종철씨(전 5·18전문위원)의 ‘광주 5·18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사례’송기도씨(전북대 정치외교학과)의 ‘중남미 인권과 화해: 진실위원회의 특성’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김동만씨(제주 미디어텍 대표)는 ‘다랑쉬굴 유해 발굴의 의의와 한계’라는 특별발제를 통해 “다랑쉬굴은 은폐되고 왜곡됐던 4·3 항쟁의 진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동만씨는 “유골발견 직후 제대로운 진상규명도 없이 잘못된 증언과 추측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된 다랑쉬굴의 현실은 4·3 항쟁이 진상규명도 없이 폭동으로 치부되는 것과 상통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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