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문예회관에서 개막된 탐미협의 "제9회 4·3미술제".<강정효 기자>  
 
 지난해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 뉴욕 쌍둥이 빌딩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이후 국제사회에서는 ‘테러(Terror)’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 단어로 떠올랐다. ‘9·11 테러’에 대해 미국은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또 다른 테러를 감행했다. 추종자들의 열렬한(?) 지원과 묵인 속에. 이렇듯 테러는 온갖 폭력을 써서 남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나 테러리스트, 테러리즘을 일컫는 용어다. 테러라는 용어 속에는 무수한 상징성이 담겨있고, 그런 상징성은 예술가들에게 미묘한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준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지회장 김상철) 주최, 탐라미술인협의회(대표 강태봉) 주관으로 3일부터 8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제9회 4·3미술제’를 통해서도 ‘테러’의 폭력성과 그 속에 담긴 상징성을 직·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탐라미술인협의회가 4·3미술제의 주제를 ‘테러’로 잡은 것은 4·3 그 자체가 테러의 복잡한 그물망이자 백화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전시작품을 보면 4·3의 배후에 미국이 있듯이, 테러의 중심에는 여지없이 미국이 있다는 걸 느껴진다. 다양한 인종의 얼굴 속에 박힌 ‘파란 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고길천의 ‘잘못된 유전자’의 ‘파란 눈’에서, 김수범의 ‘이미지 전생-달력’에서도 미국의 자본주의과 힘의 논리가 오버랩 돼 나타난다.

 9·11 테러에 대한 복수극으로 벌인 미국의 아프간 공격으로 빚어진 아프간 사람들의 처참한 광경을 그린 오윤선의 ‘of the U.S.A, by the U.S.A, for the U.S.A’도 미국의 패권주의를 느낄 수 있다. 테러가 주는 폭력성과 그 폭력으로 인해 저질러지는 반인권·반생명성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풍자한 작품들 속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섬뜩함’은 무엇인가. 이밖에 강요배 강문석 고민석 고혁진 김영훈 박경훈 박소연 송맹석 오석훈 양미경 양천우 이원우 정용성씨의 작품도 나왔다.

 부대행사로 오는 7일 오후 5시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작품 제작에 따른 창작토론회가 마련된다. 문의=011-9540-9100.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