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제주감귤산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미국산 오렌지에 이어 노지감귤과 비슷한 미국산 탄저린계 감귤도 관세 인하의 물결을 타고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어 전문가들이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오렌지에 부과했던 계절관세 50%가 지난 3월15일부터 완전 철폐된데 이어 탄저린이 저가에 공급되면 제주지역 감귤농가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는 지난 7일 감귤 생산·유통단체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한·미FTA 관세율 변화가 제주감귤에 미치는 영향 분석' 중간 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용역 책임자인 고성보 제주대 교수는 "미국산 탄저린 감귤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제주감귤산업이 입을 치명상을 제시했다. 탄저린의 관세가 지난 2007년 한·미FTA 체결 전 144%에서 올해 76.8%까지 급감하고 있어 국내 감귤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미국산 탄저린의 국내 수입 시기를 관세 50% 이하로 떨어지는 2025년으로 예측했다. 지금은 무관세로 들여오는 오렌지의 수입량이 많아 노지감귤에 미칠 영향이 적을 수 있지만 탄저린의 관세가 계속 하락해 7년후 50% 이하로 떨어지면 국내 수입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제주도 역시 지난 3월 한·미FTA 개정 협상 당시 농업부문 추가 개방이 없어 미국산 탄저린의 수입은 없지만 만약의 사태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무관세로 들여오는 미국산 오렌지에 이어 탄저린 감귤까지 낮은 세율로 국내시장에 반입되면 감귤산업의 붕괴는 불문가지다. 현재도 미국산 오렌지의 계절관세 철폐로 수입가격이 하락하면서 한라봉·천혜향 등 제주산 고품질 만감류가 피해를 입는 실정이다. 감귤산업이 붕괴되면 지역경제 전체가 위축되기에 행정·생산자단체의 대응전략은 필수다. 미국산 오렌지의 계절관세 철폐처럼 구체적인 대응책 없이 허송세월을 보낸 경험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