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율곡은 조선시대의 성리(性理)학자로서, 역사에 길이 남고 있다. 오늘에 이르도록 널리 알려진 것은 ‘임진왜란에 대비한 십만양병설(十萬養兵說)’이다. 당시에 만연된 ‘정치적 부패를 타개’함과 동시에,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파당(派黨)을 앞세우는 정치집단’에게, 율곡이 오히려 밀려나면서 임진왜란의 참상마저, 빗겨가지 못하는 국가적 불운(不運)을 맞게 되었다.

여기에서 암시하는 것은 정통파학자일수록, 고금(古今)에 걸쳐 ‘미래를 예견(豫見)함’과 동시에, 합리적 대책을 제시해온 점이다. 그만큼이나 대중사회는 물론, 정치지도자보다 ‘정신세계에서 앞선 위치’에 놓인 것이 학자들이었다. 하지만 대승(大乘)적 입장보다 ‘이해상관에 우선하는 정치풍토’로 하여금, 경륜(經綸)에 근거한 예견마저 뒤로 밀리며, 국가적 불행을 맞고 있었다.

제주도에는 최근 “갯녹음”이란 용어가 언론매체를 타고 있다. 이런 용어는 이미 1980년대에 학계에서 거론되어왔다. 제주학회에서 서울대학의 이(李)모교수가 “백화(白花)현상”이란 주제로, 발표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근본요인이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에 있고, 해수(海水)온도의 상승과 더불어 ‘오염물질이 추가’된데 따른 것이었다.

결과는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더불어 ‘바다의 사막(砂漠)화를 조장’하며, 산호초의 공생(共生)을 불러왔다. 문제는 오래전에 ‘학계에서 예고(豫告)’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해오다가 ‘회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하여금,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 점이었다. 이런 점에서 십만양병설까지 외면해온 ‘왕조시대의 상황’과 유사하며, 피해자역시 국민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현대에도 학계는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위치에 있다. 불확실한 앞날을 예측하는 점에서, 사주-관상과 유사하더라도 ‘구체적 사실을 예시(例示)’하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하지만 ‘학계는 과학에 근거한 예측’일 뿐, 공공기관처럼 집행권까지 행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현실문제’에 대해서, 선택권을 가진 행정기관에서 책임을 질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한반도에 부속된 섬’이다. 그런 까닭에 주된 활동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접근성에서도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서씨(徐氏)과처에서 시작’된 해로(海路)개척과 더불어, 제주도가 ‘불로초(不老草)와 연계된 신비한 곳’으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갯벌이 펼쳐진 서해, 깊으면서 단조로운 동해와 ‘차별된 창해(蒼海)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현대에 이르러 ‘바닷물이 철석철석 파도치는 서귀포’란 대중가요와 함께, 해안에 발달된 절경(絶景)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과 같이 ‘국제관광지로 발전’하게 된 계기였으며, 현재관광객은 연간 1,500만에 이를 정도다. 도민규모가 60만임으로 ‘상주(常住)인구의 2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국적(國籍)에 관계없이 ‘생물학적 속성’을 갖는 점이다.

이것이 ‘생체적 순환원리’에서 탈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한편 ‘배설(outflow)에 의한 오염물질’을 증가시키며, 부정적 측면을 낳게 했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경제측면’과 병행하여 ‘부정적(negative)인 환경측면’을 병행해서, 평가하는 것이 온당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자에 우선함으로써, 사단(事端)을 벌리는 한편 ‘바다의 백화현상’으로 인하여, 사막(砂漠)화를 촉진하기에 이르렀다.

논리에 근거한 대책수립이 필요할 때다. 이를 위하여 현지로 다가선 ‘학술과 관련된 실용정보(applied information)’를 활용하며, 행정기관과의 긴밀한 유대(紐帶)와 더불어, 해법(解法)을 위한 실천으로 ‘옮겨가는 길’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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