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정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하논 분화구는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 경계에 위치한 마르형 분화구로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대표되는 곳이다. 또한 분화구 내에는 이탄습지가 존재하여 최소한 5만 년 동안의 식생 천이와 기후 변화를 짐작할 수 있어 '생태계의 타임캡슐'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러한 생태적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에 하논 분화구 복원사업이 의제로 상정되는 등 국제적 지지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따른 2626억원의 막대한 재원과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사유지 매입 문제, 행정시인 서귀포시 차원에서 TF팀을 운영하여 정책 설정과 집행에 한계가 있어 후속조치가 부진하였다. 

하논 분화구가 제 빛을 발하고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제주도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그동안 서귀포시 차원에서 TF팀이 운영된 것을 제주도 차원에서 관장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권한이 확대되어 도민들에게 다양하고 전폭적인 홍보가 가능할 것이고 복원사업에 대한 의견수립 등에 있어 공감대 형성이 잘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 차원에서 관장하게 되면 책임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사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공공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강압적인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하논 분화구에 이해당사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여 경제적 보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내도록 설득하여 평화적으로 복원 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복원계획에 필요한 재원은 17년 제주도 총 예산의 5%나 차지하는 엄청난 수치로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상황이다. 대선 때 '동북아시아 환경수도 도약'을 내세우며 하논 분화구 복원에 정책의지가 있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된 지금, 제주도청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산·학과 협력하여 하논 분화구 복원에 가치 및 논리적 정당성을 체계적으로 마련하여 하논 분화구 복원을 대표적인 지역공약으로 내세워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난제들을 풀어가는 과정 중에도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하논을 보존하기 위하여 기존에 지정된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을 하논까지 확장하도록 논의하고 제주도문화재로 지정하여 하논을 보호하고 복원 후 장기적으로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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