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올해 5월을 보내며 꽃향기에 취하고 한반도의 평화 기류를 만끽했겠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기념일,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이 그것이다.

유네스코에서는 매년 5월 21일을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을 기준으로 일주일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정해 매년 이와 관련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세계인의 날'(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19조에서 정한 국가기념일·5월 20일)을 기념해 '제주다민족문화제'와 '제주 글로벌·다문화축제'도 개최(매년 10월)되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제주 거주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열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이나 이주민이란 단어를 일상적으로 인지한 것은 20세기 후반부터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으로 이민 또는 유학을 가면서 국외로 이주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였다.

한편 1980년대 후반부터 결혼이주 여성들이 들어왔고 1991년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확대됐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이주민 등의 용어가 일상화돼 있고 그에 따라 '세계인의 날, 세계 이주민의 날'등이 지정됐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별로 외국인들을 위한 기념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25만명이고(2018년 5월 기준), 제주지역 거주 등록 외국인수는 2만705명(2017년 6월 기준)으로 제주도 인구 대비 3%를 넘고 있는 시점에서 제주인과 외국인 모두 다양한 문화공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제주에는 결혼이주 여성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가족이 있고, 외국인근로자, 단기·장기 체류자, 재중동포 등 개인의 목적에 따라 여러 유형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주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제주라는 특정 공간에서 거주하고자 할 때 외국인으로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적·물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제주 거주 외국인들이 제주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행정과 민간단체 중심으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으며 향후 외국인들의 인권, 복지, 법률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자유도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1990년 12월 18일 유엔총회에서는 '모든 이주노동자 및 그들 가족구성원의 권리보장 협약'을 채택했으며 이에 기초해  2000년 12월 4일에 '세계 이주민의 날'을 제정했다 한다.

제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에 세계인의 날을 포함하고 세계인 주간을 지정해 제주 거주 외국인들이 다양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때 행정과 민간이 협력해 외국인 공동체 중심의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일부 사람들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정도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보통 자신의 고향이나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주민의 애환과 불편함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고, 이주민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불만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제도와 정책을 통해 국내인과 외국인의 조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으나, 결국은 개개인이 문화다양성을 지녀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지금은 누구든지 다양한 이유로 모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디아스포라는 특정인에게만 한정되는 말이 아니다. 

세계인의 날, 세계 이주민의 날을 기억하면서 '나가 아닌 너'의 가치를 존중해 주고,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행사를 경험함으로써 주변에 있는 외국인들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제주 사회에서 문화다양성의 확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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