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3-4월부터 더운 날이 많아서 제주도가 아열대기후로 가는구나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5월까지는 기온이 푹 내려가는 날들도 많았다. 6월로 접어드니 완연한 여름이 됐다.

여름 즈음이 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몸이 안 좋아서 보약을 먹고 싶은데 여름에는 보약이 땀으로 다 나간다는 말이 때문에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소용이 없나?"하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낭설이다. 아마도 보약 가격이 굉장히 비싸던 시절에 생긴 말 같다. 30~40년 전 평범한 직장인 월급이 30만원 가량이었는데 자장면 한 그릇은 5백원이었고 보약은 20만원 정도 했다. 직장인 월급의 거의 대부분을 투자해야 보약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땀이 많이 나서 지치기 쉬운 계절이 오기 전인 봄, 추워서 체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되기 전인 가을에 보약을 많이 복용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때문에 봄 가을에 보약을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여름 겨울에 보약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은 사실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다.

여름일수록 더욱 보약을 먹는 것이 좋다.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고 지치기 쉬운 계절이기 때문에 체력을 미리 미리 보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복날에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는 풍습도 생겼다. 여름 체력 보강을 위해서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를 섭취하는 것이다.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삼, 황기, 대추 등등의 한약재도 함께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 여름철 체력을 위해서다.

이렇듯 단순한 식품에도 한약재를 추가해서 먹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체력이 많이 저하된 이들이라면 당연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를 미뤄 더 큰 병이 되기 전에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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