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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술 권하는 나라와 건강한 음주김태수 전 초등학교 교장·논설위원
김태수
입력 2018-06-17 (일) 13:04:36 | 승인 2018-06-17 (일) 13:05:39 | 최종수정 2018-06-17 (일) 13:05:33

'만취 상태에서……'로 시작되는 사건 기사를 비일비재하게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동네 골목까지 편의점과 술집, 술파는 음식점이 있어 모든 종류의 술을 쉽게 구매하고 마실 수 있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다. 특히 값싼 독주인 소주를 24시간 집 근처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담배와 달리 소주는 주류광고를 통해 순하다는 표현을 다양하게 쓰면서 음주가 권장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도 만취된 인물이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의 음주량과 고위험 음주율 그리고 알코올 의존증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2015년 전체 범죄 중 주취자 범죄율이 26.4%이며 폭행,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의 경우 30.1%가 주취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주취 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음주에 의한 연간 사회적 비용이 9조원이 넘고 있지만 최근 있었던 거의 모든 음주 관련 규제 입법 시도가 실패했다. 금연과는 달리 절주에 대한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책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세를 걷어도 음주폐해를 예방하고 알코올 중독에 대한 치료·관리사업 예산은 계속 줄고 있어 앞으로 음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금연 예방과 홍보에는 1400억 예산이 들어가는 반면 절주 홍보에는 고작 14억원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담배가 유해물질이라면 술은 더 확실한 독극물로 봐야 한다. 음주한 개인만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나 흉악한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탓이다. 외국처럼 소주나 도수가 그이상인 술은 허가받은 전문 취급 점에서만 판매하게 규제하고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면 처벌하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당국의 음주 규제는 강화되기는커녕 야구장에서 '맥주보이'를 허용하고 슈퍼마켓 등 소매점과 음식업소에서 주류 배달을 허용 등 계속 완화되고 있다. 오히려 주류산업진흥과 규제완화라는 명분이 더해졌다. 

그동안 우리는 술 권하는 것이 정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는 술 권하는 행동이 범죄행동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된다. 술잔을 권하는 음주 및 회식문화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건강한 음주를 위해서는 술잔을 돌리지 말고, 원하지 않을 경우 거절의사 표시를 확실히 해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마시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인과의 모임을 술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가져 대화를 나누는 건전한 풍토도 조성돼야 한다. 조상에 대한 제를 지낼 때 왜 제주라고 하여 술만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술 못 마셨던 조상을 위해 건강음료로 대체하면 좋을 것 같다. 술잔을 부딪치기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술병을 기울이기 보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좋은 음주 습관을 시작하자. 술의 이롭고 해로움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술의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살려 건강 생활을 지속시키고 화목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제력을 발휘한다. 그러면 술이 우리 인생을 더욱 즐겁게, 더욱 풍요롭게 하는 '신의 선물'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통해 '해피 드링크(Happy Drink) 119'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119는 한 가지 술로, 1차에 마치고, 오후 9시 이전에 귀가한다는 의미다. 우리 몸은 너무 정직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젊었을 때 지나친 음주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을 때는 후유증으로 중병이 들거나 세상을 뜨거나 하여 아예 술을 못 마시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화경에는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그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지막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경고했다. 이제 술을 입으로만 마시지 말고, 마음으로 마셔 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보건당국에서도 '저위험 음주'를 강조한다. 저위험 음주란 자기와 타인에 해가 되지 않는 정도의 건강한 음주를 말한다.

김태수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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