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참으로 가관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 결과 채용비리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수년간 거의 모든 출자·출연기관에서 부적정한 인사·채용업무가 만연하면서 공공기관의 공정성·투명성 훼손은 물론 신뢰성도 크게 추락했다.

도감사위원회는 최근 지방공공기관 17곳 중 15곳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인사·채용업무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결과 채용실적이 없는 2곳을 제외한 모든 공공기관에서 비리가 적발됐다. 감사위는 42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하고 신분상 조치 29명, 5명을 징계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또 6건은 수사기관에서 별도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방공공기관의 채용비리 형태는 갖가지였다. 능력평가에서 '하' 등급을 받은 지원자를 합격시키는가 하면 관련 업무 경력을 확인할 수 없는데도 이를 인정해 채용하기도 했다. 아예 자격 기준에 미달되거나 경력이 기준에 부적합해도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명확한 심사기준도 없이 채용공고를 낸 뒤 서류전형에서 관련 분야 경력 인정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 합격·불합격을 결정한 사례도 있었다.

인사위원회도 있으나 마나였다. 절반 이상을 외부인사로 구성해야 하는 인사위원회를 내부직원으로만 운영한 곳도 있었다.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심의가 필요하지만 원장 결재만 받는가하면 채용 평가기준을 인사위원회 심의·의결 절차 없이 사장 또는 팀장이 임의로 결정하기도 했다. 경력직·계약직을 뽑으면서 채용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 사례도 수두룩했다.

제주는 타지역에 비해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공공기관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처럼 편법과 반칙이 만연해서야 청년들은 도전도 해보기 전에 좌절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도도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제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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