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웨이산의 난징대학살기념관 군상 중 '가파인망(家破人亡)'. 난징대학살(南京大虐殺)은 중일전쟁 때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사건이다. 난징대학살 희생자의 처참했던 삶을 자신의 예술세계를 통해 표현한 우웨이산의 조소 작품을 담은 사진이다. 우웨이산은 중국 성인(聖人)과 가족, 여인, 어린이 등의 정신과 본질을 파악하고 작가의 개성을 불어넣어 그 특징이 드러나도록 하는 대표적인 인물 조각가이다. 난징대학살기념관 앞에 있는 우웨이산의 군상은 예술적 영혼이 가장 짙게 들어간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중 높이 11.5m의 '가파인망(家破人亡)'은 '가정은 파괴되고 사람은 죽어간다.'라는 뜻으로 죽은 자식을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형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도립미술관·제민일보·JIBS제주방송 '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
국가폭력에서 평화·상생메시지까지 '공감' 제주포럼 연계 7월1일까지 연장

기억하는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마주하는 역사는 어떠한가. 우리네 삶은 아직 '도덕경'에서 노자가 이야기했던 '천지불인(天地不仁)'이다. 하늘과 땅은 스스로 그러할 뿐, 이런 저런 형편을 살피지는 않는다. 그러니 더 제대로 알고, 더 많이 알아야 한다. 20세기 동아시아에서 펼쳐졌던 국가폭력·제노사이드의 비극은 아직 눈과 귀와 가슴을 연 상태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제민일보(대표이사 사장 김영진)·JIBS제주방송(대표이사 탁윤태)와 공동으로 기획·진행하는 제주4·3 70주년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다. 

이미 개막한지 2달이 훌쩍 지났지만 강요된 침묵 아래 묵은 아픔과 상처를 들추고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끌어내는 힘은 여전하다. 16일까지 1만7116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오는 26~2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맞춰 전시 일정을 7월 1일까지 연장한다.

국내·외 민중미술을 이끌고 있는 작가들의 저력은 보면 볼수록, 가슴에 품으면 품을수록 감정이 깊어지고 기억의 짙어진다는데 있다. 강요배, 권오송, 김승, 박경훈, 홍성담, 딘 큐레, 메이 딘 웬, 우웨이산, 킨조 미노루 등이 품어 펼친 것들은 제주와 광주를 비롯해 중국 난징, 일본 오키나와, 대만과 베트남에서 벌어진 20세기 동아시아의 국가폭력과 희생이다. 처음 묵직하니 쉽게 가시지 않던 동통은 비극과 그로 인한 아픔을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로 승화하며 제주를 넘어 세계적 공감대를 엮어가고 있다.

전체 흐름에 있어 쉽지는 않다. 광주5·18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하얼빈 731 생체실험부대, 오키나와 전쟁, 난징대학살, 대만 2·28, 베트남 전쟁 등 입에 올리는 것 만으로도 비명과 혈흔이 남을 것 같은 역사를  회화와 조각, 드로잉, 조각, 영상 등 226점의 작품이 쉴 새 없이 얘기한다.

고개를 돌릴 수 없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증오의 언어 앞에 피 흘렸던 땅과 시간이기 때문이다. 타협적 과거 청산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인권 회복'으로 끊어내야 한다는 연대는 트라우마를 깨는 마법의 주문이다. 여럿이 공감하고 가능한 많은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힘을 키우는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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