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논설위원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후보들은 모두 스마트팜 육성에 적극 대응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는 2000억 원 규모의 제주 4차 산업혁명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펀드는 스마트 농축수산업, 스마트시티, 에너지 신산업, 블록체인 등 10개 유망산업 육성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으로 스마트팜 육성을 1순위로 뽑았다. 또한 제주특별법도 개정하고 이를 통해 제주에 규제 샌드박스 존을 우선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ICT융합형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친환경 최첨단 미래농업 시범지구로 제주를 지정해 제주 농업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농축수산업 생산에 드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이 접목한 스마트팜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IT와 농축수산업이 결합된 스마트팜은 새로운 농축수산업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도지사 후보들이 모두 스마트팜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이제 제주는 본격적인 스마트팜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해 본다. 

스마트팜은 전통적인 식품 산업에 첨단 ICT기술이 결합된 푸드테크 산업의 일종이다. 음식과 ICT기술이 융합된 푸드테크는 식품 관련 산업에 첨단 ICT를 접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 환경을 손쉽게 제어해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생산량을 최대한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팜을 통한 총 생산량은 기존 농법보다 약 27.9%가 증가했고 1인당 생산량도 40.4%가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고용 노동비는 15.9% 감소했고 병해충 등은 53.7%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ICT 전문 미디어인 CB Insights에 따르면 미국에만 약 수천개의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이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그 분야는 생산시스템, 농장 관리, 로봇, 드론, 센서, 데이터 분석, 유전자 농업, 정밀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포진돼 있다. 한국도 스마트팜 관련 스타트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3.8% 밖에 안되는 전형적인 식량 부족국가다. 또한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으며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은 주로 고령층으로 열악한 산업 중의 하나이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농업 생산환경이 가장 발달한 청정 농업 지역이다. 또한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어 청정 수산업 환경도 발달해 있다. 그동안 전통산업에 머물러 있었던 제주도의 농축수산 분야에 첨단 스마트팜을 도입하고 발전시킨다면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스마트팜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 센서 등을 기반으로 식물의 성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각종 변화 상황에 대응하는 '처방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한 처방 농업은 예측기능뿐만 아니라 농사를 처음 짓는 초보 농부들에게 교육기능도 제공한다. 

일본은 오랫동안 정부주도로 스마트팜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14년부터 일본 농림성은 네덜란드의 첨단농업 모델을 벤치마킹해 작물 재배 등을 위한 스마트팜 지원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스마트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드론 회사인 DJI는 운반 기능이 강화된 드론을 스마트팜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알래스카 라이프는 도심에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식물공장' 시스템을 제작하여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통한 농축수산 생산 혁명은 낙후된 농축수산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경쟁력 향상과 함께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농축수산 분야에 적극적으로 스마트팜을 도입한다면 농축수산업 생산 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고 부가가치는 향상될 것이다. 또한 제주도 농축수산업 종사자의 삶의 질도 크게 개선 될 것이다. 스마트팜은 블록체인 기술하고도 연관성이 높다. 농축수산물 유통 이력관리에 블록체인을 도입한다면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안전한 식품 정보를 제공하고 유통구조를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더욱더 과감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에 규제 샌드박스 존을 우선 지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농업과 첨단 기술의 만남은 이제 필연적이다. 제주도 농업이 스마트팜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미래 비전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