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차장 대우

한반도 70년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군사분계선. 이를 중심으로 남측과 북측 각 2㎞ 모두 4㎞ 폭의 비무장지대(DMZ)는 1953년 7월 27일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체결로 설정됐다. 판문점은 남북 공동 경비구역으로 양측 경비병이 자유롭게 드나들기도 했지만 1976년 북한군의 도끼 만행사건 이후 전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화해'와 '소통' 시대를 맞아 DMZ일대를 '녹색평화'를 상징하는 '생명의보고' 또는 '생물보호구역'으로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단 이후 출입이 제한되면서 당시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2014~2017년 DMZ 일대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식물 101종을 비롯해 야생생물 5929종이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흐르던 비무장지대는 '평화'기조에 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픈 과거사와 평화, 그리고 화해. 이 세 단어는 제주도민들에 또 다른 아픔을 상기시킨다. 보호받아야 할 국가로부터 3만여명의 제주도민이 무참히 학살당해야 했던 제주 4·3항쟁이다. 제주 도민들은 70여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부의 압박과 언급조차 금기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억울하게 죽음을 당해야 했던 당시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위해 진실규명활동을 이어왔다. 그동안의 노력은 '제주 섬'에 묻힌제주 4·3 희생자들의 애환을 땅 위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이끌어냈다. 그리고 지난 4월3일 70주년을 맞은 제주 4·3 추념식은 전 국민의 애도 속에 대한민국의 역사로 거듭났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담은 비무장지대, 끔찍했던 제주 4·3 향쟁 모두 아픔을 딛고 '화해'와 '상생'의 역사로 기록되길 꿈꾼다, 역사는 현재까지의 연속된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픔'과 '고통'의 과거사가 '평화'로 이어지도록 방향전환을 시도하는 시점에 머무르고 있다. 변화의 기로에 서 오늘의 기록이 새로운 역사를 결정짓는 만큼 '과거사 청산'을 핵심국정과제에 포함시킨 현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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