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우리사회의 트렌드가 된지 오래다. 건강과 힐링의 상징인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 걷기 열풍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걷는 길을 만들어냈다. 둘레길, 산소길, 올림픽 아우라비길 등 이름들도 다양하다. 해안누리길도 그 중의 하나다. 경관이 우수하고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해 해양관광과 걷기여행에 좋은 해안길 중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한 길로 전국에 모두 52개 노선이 있다. 제주지역에 있는 해안누리길은 9개 노선·90.9㎞다. 

제주 해안길은 빼어난 절경으로 많은 탐방객들이 찾고 있다. 그런데 행정의 관리 소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적지 않아 걱정이다. 도내 대표적 해안누리길인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일원의 '닭머르길' 탐방로는 현재 조성된 목재 난간 데크 곳곳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무너진 나무 데크 중간 중간에는 쇠기둥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가 하면 바닥에도 철심이 그대로 드러나 탐방객들의 안전이 우려는 상황이다. 훼손된 나무 데크를 치우지 않고 길 한편에 쌓아놓아 해안경관을 해치고 탐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와 고내리에 있는 '엄장 해안길'도 마찬가지다. 4.8㎞에 이르는 해안누리길 곳곳에 설치된 목재 난간이 군데군데 부러져 있는가 하면 불법 주·정차 등을 막기 위한 볼라드도 훼손된 채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그런가하면 갯바위 곳곳에는 쓰레기 등으로 심한 악취까지 풍기고 있지만 정비는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걷기좋은 길'이란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해안누리길은 지역적 특성상 바닷바람 영향으로 목재·철골 등으로 만든 시설물이 쉽게 파손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더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행정은 훼손된 시설물을 서둘러 정비하고 사후관리에도 보다 신경 써야 한다. 걷는 길은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고 보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들기만 하고 방치하면 길은 황폐화하고 결국 탐방객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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