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본부장

제주의 시인인 문충성은 제주의 바다를 가슴먹먹하게 표현하였다. 그의 시 '제주바다'에서 바다는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의 어머니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단한 삶이었다. 그에게, 그의 어머니에게, 그의 시대에, 제주 바다는 생활의 터전이자 힘들었던 삶, 그 자체였다. 제주 바다는 어머니의 주름과 눈물이 오버랩되는 어두운 배경이었다.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삶은 비록 팍팍했을지라도 그 시대의 제주 바다는 훨씬 아름답고, 깨끗하고, 풍요로웠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제주의 바다는 심각하게 곪아가고 있다. 제주의 바다는 더 이상 청정바다가 아니다. 바닷말이 넘실대고 물고기가 넘쳐나던 풍요로움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제주 바다의 변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항만 건설, 방파제 구축, 해안 개발 등은 해안선과 해저지형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새로 건설된 인공구조물로 인해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침식과 퇴적이 생겨나는 것이다. 

기존에 수중 암반이나 모래에 서식하던 생물에게는 새롭게 모래가 쌓이거나 바닥이 드러나게 됨에 따라 서식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범지구적인 현상인 기후변화도 해양생태계의 구조를 바꾸어 놓고 있다. 처리되지 않은 가축 분뇨, 생활 하수, 양식장 배출수, 농약 등이 바다로 직접 유입되는데 따른 해수 오염과 부영양화도 바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잘피로 무성했던 연안이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거의 사멸했다가 하수종말처리장의 준공 이후에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 경남 거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육상 기원의 오염원이 바다의 자기정화 능력의 한계를 넘어섰을 때 해양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제주 해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파래류의 대량발생 역시 연안의 부영양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유류오염이나 해양쓰레기도 마찬가지다. 바닷말의 광합성을 방해하거나, 해양동물의 호흡기나 소화기에 장해를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생물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적정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남획은 이를 깨뜨려 자원 고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해양생태계는 생산자, 소비자 및 분해자 사이에 먹이망이 형성되며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먹이망의 균형이 깨지면 생태계에 교란이 발생한다. 어떤 생물은 기회를 틈타 종종 대량발생을 한다. 

전체 해양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또 어떤 생물은 생태계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가령 해파리의 대량발생은 인공구조물의 증가에 따른 해파리 어린 시기의 폴립이 부획할 수 있는 공간의 증가, 오염으로 인한 다른 경쟁생물이나 포식자의 감소, 남획에 따른 해파리 초기 시기의 포식자의 급감 등의 물리, 화학, 생물학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많은 해양동물의 산란 및 서식장 역할로 중요한 바다숲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연안은 황폐화되게 된다.

이러한 원인의 대부분은 인간의 활동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제주 바다의 건강성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제주 바다를 되살린다는 것은 결코 국가나 지자체, 관련 공공기관 만의 몫이 아니다. 도민 모두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해결 가능한 난제인 것이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저감방안을 연구하고, 국가와 지자체는 효과적이고 올바른 정책을 수립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시민은 작은 것부터 행동에 옮겨야 한다. 

육지를 닮아가는 제주에서 더 이상 무슨 매력을 찾을 수 있겠는가. 제주는 제주 본래의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면 외지인의 지나친 이기심일까? 그러나 그것만이 제주 바다를 되찾을 유일한 해결책이다. 
어머니에게는 고달팠던, 어머니 시절의 제주바다를 다시 보고 싶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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