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온적 대처로 예멘난민문제 키워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제주 체류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위해 특별히 조기 취업을 허용, 14일에 이어 지난 18일에도 취업설명회를 가졌다.

예멘인 500여명 무사증제도 입국 도민사회 불안 갈등 커져
난민문제 예견 불구 정부 어정쩡한 태도 일관 혼선만 야기

최근 500명이 넘는 예멘인들이 무사증제도를 통해 제주로 입국한 후 난민신청을 하면서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갈등과 혼란을 빚고 있다. 이번 문제를 계기로 난민문제를 국민감정이 아닌 법과 제도의 틀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와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제주에서 난민을 신청한 예멘인은 561명이며, 이 가운데 다른지역으로 이동했거나 자진출국한 사람을 제외하면 549명이 제주에 남아 난민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이슬람권 국가에서 대거 난민이 몰린 적이 없고, '아랍권 공동체'를 접하지 못해 도민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7월 난민법이 제정·시행된 후 난민신청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는 무사증제도가 도입되면서 분쟁국가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입국이 수월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제주도가 난민대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2015년 발발한 내전으로 예멘 난민들이 올해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로 대거 입국하자 법무부는 이달 1일부터 예멘을 무사증입국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등 늑장 대처를 했다.

현재 이들 예멘인들이 전쟁을 피해 조국을 떠나왔고,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법에 따라 난민신청자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반면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서 무턱대고 난민을 수용할 수 없고, 범죄나 테러 등의 위험이 있어 수용해야 한다는 상반된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와 제주도는 지금부터 확고한 태도를 갖고 사회갈등 봉합에 나서는 동시에 인력확충과 난민 수용범위 설정, 난민관련 전담기구 및 대처 매뉴얼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막연한 불안감 해소 정부차원 특단대책 시급 

도내 고립상태 도민사회 불안감 커지고 예멘인도 압박
일자리 및 생계보호 등 제주도 자체적 감당하기 힘들어
정확한 정보 제공 동시에 난민수용력에 맞춘 대책 필요 


올해 무사증제도를 통해 예멘인들이 대거 입국했지만 제주도는 대량난민 발생시 수용시설·일자리·심사인력 등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 잘못된 내용이 확산되면서 예멘난민신청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예멘난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도민사회에 알리는 동시에 이들이 신속한 심사를 통해 이동의 자율권을 주고, 심사기간 보호 및 생계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멘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무사증제도를 통해 제주로 입국한 후 난민심사를 기다리는 예멘인은 549명에 달하지만 한달이 지나도 심사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멘인들은 제주에 사실상 고립됐고, 도민사회에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예맨 난민 신청자에게 1인당 138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내용이 확산되면서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직접 '가짜 뉴스'로  한 푼도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난민법상 지원은 가능하지만 가족구성원이 있거나 심각한 생계난을 겪는 등 긴급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난민신청자 모두에게 지원한 것처럼 잘못된 내용이 퍼진 것이다.

여기에 '예멘은 여성차별이 심해 성폭행범죄 위험이 있다', '각종 테러를 저질을 수 있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등의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예멘난민신청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예멘난민신청자와 관련된 사건이 접수된 사실이 없으며, 이들이 범죄나 범법행위로 강제추방될 경우 국제미아 처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국민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한다고 난민기관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예멘난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도민사회에게 알리는 동시에 경찰과 자치경찰 등과 협의를 통해 치안을 확보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신속한 난민심사 이뤄져야
제주도는 수백명에 달하는 예멘난민신청자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전국으로 분산시키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예멘인들이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제주지역은 경제규모가 작고 산업형태가 단순해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데 한계가 있다.

제주는 외국인 밀집지역이 없는데다 대다수 도민들이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익숙치 않아 반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이슬람 등 다양한 문화권의 외국인 밀집지역이 많아 예멘난민신청자들이 적응에 도움이 되고, 지역적 반감이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연결시켜 줄 수 있다. 

신속한 난민심사가 시급하지만 제주에 아랍어 통역인력이 없고, 심사담당 인력역시 2명에 불과해 난민심사가 시작되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생계비 지원심사 및 건강검진 등의 행정절차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주에 난민관련 추가 인력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8개월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 심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성인 제주예멘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예멘난민신청자에 대해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난민법에 의거해 대처해야 한다"며 "전쟁을 피해 제주에 온 절박함이 크고,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하고, 도민과 마찰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심사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이동의 자유를 주는 것이 도민과 예멘인들 모두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와 제주도에 대한 난민수용가능 규모를 설정한 후 범위내에서 체계적인 대처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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