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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탑] '경우의 수'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미 문화부국장 대우
고 미 기자
입력 2018-06-26 (화) 16:19:15 | 승인 2018-06-26 (화) 16:20:41 | 최종수정 2018-06-26 (화) 17:12:10

굳이 마니아가 아니어도 너나할 것 없이 '축구 전문가'가 되는 때가 있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역시 이미 16강 진출 또는 탈락을 확정한 팀이 나왔다. 그리고 적잖은 팀들이 '경우의 수'를 따지며 마지막 경기에 실낱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예선 2패라는 성적에 '탈락 위기'보다는 16강 진출을 향한 '경우의 수' 분석이 먼저 나왔다. 꺼내진 카드는 '안 될 것도 없다'다. 다만 우리나라의 마지막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라는 독일이라는 현실과 이 경기에서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고, 또 하나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어줘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걸려있다. 누가 봐도 쉽지 않다.

어쩌다 논란 중심

경우의 수는 통계다. 한 번 시행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발생하는 가짓수를 나열한 지극히 객관적인 개념이다. 희망고문이니 경우의 수니 하는 것이 '공은 둥글다'하는 월드컵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제주는 물론이고 전국이 갑론을박으로 뜨거운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들 역시 경우의 수 안에 있다.

제주에 갑자기 난민 신청자들이 늘었는데 상당수가 무사증 입국을 통해 들어온 이슬람 국적의 예멘인이라는 점이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는 1991년 제네바협약(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2013년 아시아 국가 중에는 처음으로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만 접수된 난민 신청만 1만 건 가까이 된다.

여기에 제주는 '무사증 입국' 허용 지역이다. 어찌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거주 지역을 제한한 것은 무사증 입국 악용을 막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다. 무사증으로 입국한 다른 외국인들도 허가를 받고서야 타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이달 1일 제주무사증입국 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하며 자연증가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늘어날 수도 없는 상태다.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앞으로 8개월은 걸릴 거라는 심사를 거쳐야 결정 난다. 이런 문제들에 있어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달갑다. 특별자치도라고는 하지만 입법·재정·외교 등 주요 권한은 아직까지 이양 받지 못했다.

다양한 채널로 수집한 정보만 놓고 보면 '진짜 난민' '난민 남용' 등의 논란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인권 보호나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이슬람이라 차별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볼 이유도 없다. 심지어 그들이 제주에 있다는 이유로 제주도민들에 가해지는 원색적이거나 조롱조의 비난이나 비판, 공격에는 말문이 막힌다.

벌써 20년도 더 전 자매교류사업 일환으로 처음 일본을 방문하며 입국 과정에서 아무 이유 없이 억류된 일이 있었다. 교류 사업을 진행하는 공인된 단체 증명서와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일본어까지 챙기고 떠난 길이었다. 나중에야 취업 등을 위해 일본에 오는 한국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주의군'으로 분류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업을 추진하던 어른들이 '혹시'하면서도 '설마'했던 경우의 수였다. 나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그렇게 보는 순간 진짜일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답은 만들어 가는 것

4·3 등 화를 피해 일본 등으로 밀항했던 제주사람들 대부분이 현지인들이 꺼려하는 허드렛일을 했고 그마저도 차별 받았다. 무슨 일만 생기면 한국인들 때문이라는 일부의 불편한 시선 안에서 아직 살고 있다. 우리가 그랬으니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않겠다. 적어도 현재 제주에 있는 500명 남짓한 예멘인들의 입장에서 난민 신청은 '불법 체류를 하지 않고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경우의 수에 따라 다시 자신들을 품어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야 하고 잠시 머물며 다음을 위한 채비를 할 수도 있다. 3년 전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다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 아일란이 전세계에 던진 묵직한 아픔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금의 상황도 어떤 목적 보다는 최선일 수 있다는 선택에서 시작됐고, 우리나라 법과 제도, 현실이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누구는 어떻고, 어디는 저렇고 하는 잣대를 일일이 가져다 댈 필요는 없다.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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