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추보배 작가 첫 전시 '산수화전' 30~7월 7일 KBS제주 전시실
후천 장애 독학으로 작품 활동 전념…독립미술서예대전 초대작가

스스로에게 '무명(無名)'이라 칭하는 여성 작가가 '바다'를 펼쳤다. '넓고 깊고 푸른'이란 느낌을 이제는 기억과 감(感)으로만 떠올리는 작가의 바다는 노를 저어서 건널 수 없다.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레프 톨스토이의 조언을 곱씹는 동안 파도가 치고 또 순간 잔잔해 지는 바다가 느껴진다.

용기를 잃는 대신 세상과 마주했던 경험을 축적해 펼쳐낸 것들에서는 흔히 '장애'라 부르는 벽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독립미술서예대전 초대작가인 추보배 작가의 첫 개인전이 30일부터 7월 7일까지 KBS제주방송총국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2008년 갑작스런 병으로 눈과 귀의 기능 80% 이상을 잃은 작가는 50이 넘은 나이에 붓을 잡았다. 전국 단위 공모전에서 10여 차례 입상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경제적 이유로 그림을 그리는 일 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런 추 작가의 전시는 외도동(동장 송창헌) 맞춤형복지팀과 지역주민들의 관심으로 성사됐다.

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산수화를 중심으로 한 추억과 꿈, 바람을 펼쳐낸다. 병으로 얻은 장애보다는 후천 장애로 인한 좌절감과 경제적 어려움이 더 힘겨웠다는 작가의 화면은 선과 색, 여백이 저마다 역할을 한다.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기 힘들 만큼 채색과 원근에 있어 적절한 조화를 이뤄내는 데다 보이는데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강점이 됐다.

추 작가는 "그림에는 장애가 없다. 그림 자체로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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