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이원익이 냇가를 건너다 잘못해서 엽전 한 닢을 물에 떨어뜨렸다. 그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엽전을 찾아주면 두 닢을 주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좋아라 하고 물 속을 뒤진 끝에 잃어버린 한 닢을 찾아 약속대로 두 닢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속으로 이원익을 비웃었다. 엽전 한 닢을 찾기 위해 두 닢을 주는 바보라는 것이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이원익에게 물었다. 엽전 두 닢을 주고 한 닢을 찾으면 손해라는 것을 뻔히 아실텐데 왜 그러셨냐고.
이원익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라고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야. 하나보다 둘이 많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지. 그러나 내 개인으로 보면 손해지만 우리나라로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닐세. 물에 빠진 엽전 한 닢을 찾지 않고 그대로 두면 나라 전체로서는 엽전 한 닢을 잃게 되는 거야. 나는 손해를 보았지만 나라는 한 잎을 더 얻지 않았겠나”
사람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었다. 맞는 얘기이다. 지금의 화폐는 종이로 만들어져 다시 찍어내면 된다 하지만 그때의 엽전은 그 금속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엽전 한 닢도 바로 귀중한 나라의 자원이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엽전 한 닢이 아깝지 않을리 없다. 이원익은 한 닢의 욕심을 버리고 두 닢을 내놓았다. 그가 만약 자신의 욕심만을 생각했다면 절대 두 닢을 주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한 닢의 손해를 보면서도 기쁘게 내어 놓았다.
요즘 우리 정치는 어떤가. 도무지 국가라는 공동체는 없고 온통 개인과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새 천년 들어서면 그래도 조금은 달라지겠니 했던 정치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여지없이 꺾이고 말았다. 소수의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에 의해 밀실흥정으로 공천이 이뤄지는 것도 이전과 다르지 않고, 식견보다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우선되는 것도 똑같다.
이번 공천파동의 원인도 바로 우리 정치의 고질인 계보정치의 낡은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보면 하등 틀림이 없다. 또한 공천에 떨어졌다고 해서 벌어지고 있는 이합집산도 꼴불견이다. 낙천·낙선대상으로 지목됐던 인사들조차 정치적 희생양인양 신당 창당에 열을 올리는 것은 더욱 마뜩찮다.
조금도 손해보려 하지 않는 철저한 이기심, 그게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이다. 그것을 두고 개탄보다 흥미로 보는 사람들도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 정치만큼 극적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책도 없고 반전과 부침이 거듭되는 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나뿐이다. 새 정당을 만들건 말건, 누구를 공천하건 말건 그것은 우리들의 한 표에 달려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어줍잖은 논리로 자신의 안위만을 좇는 정치인들에게 무엇이 정의인지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21세기의 화두는 정치개혁이었다. 그러나 새 천년들어 처음 치르는 총선마저 이 모양이라면 우리 정치발전은 난망하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어찌됐든 한달후면 주사위는 우리들에게 돌아온다.<김종배·논설위원>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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