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지난 지방선거 중에 '제2공항' 문제가 이슈로 등장했다. 제2공항을 전면 재검토한다거나, 검증 후 계속 추진하겠다는 공약들이 있었고, 전면 백지화 주장도 있었다. 

그 이전에는 모 언론사에서 제2공항을 어디에 건설하면 좋겠냐는 요지의 도민 여론조사도 있었다. 약 40여%가 현 공항 확장을 선호했고 그 다음에 성산읍, 정석비행장 순이었다. 그렇다면 이 단순한 질문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라 공항입지를 변경할 수 있을까. 

새로운 공항입지를 정하거나 건설할 때는 국제적인 통일된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한 11개 항목을 기초로 운영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영향, 경제성 등을 항공관련 전문가들이 면밀히 검토한다. 운영적인 측면에는 하늘 길을 만드는 공역과 기상, 장애물 등을 검토하고, 사회적인 측면에는 소음, 환경성, 접근성, 지형조건, 주변개발계획 등을 살핀다. 비용적인 면에는 경제적인 사업비와 확장성을 분석한다.  

이번 후보지를 선정한 절차도 1단계에서 31개 후보지를 정한 후에 2단계에서 10개로 압축했고 3단계에서 4개,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입지를 선정했다. 어떤 경우든 100% 만족할 수 있는 후보지는 없으며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선정되는 것이다. 제주도의 균형발전도 고려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이 많이 선호한 현 공항 확장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항공기가 동시에 이착륙 할 수 있는 활주로는 기존 활주로와 1310m가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 지역은 수심 20~30m 해상이다. 기존 활주로가 해발 25m정도이니 이에 맞추려면 16층 건물높이인 약 50m 정도 높이로 넓은 공항 지역을 매립해야 한다.

또한 현지 확장하려면 성산지역 4조1000억원보다 2배 이상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됐다. 해안도로 주민 일부가 철거해야하고 이호·외도지역 소음지역이 확장된다. 제주시내 교통 혼잡과 해상 환경오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간사이공항의 사례를 얘기하는 이도 있다. 평지가 부족한 일본의 국토 사정상 파도가 높지 않는 오사카만의 평균 18m 수심에 수면과 높지 않게 건설했다. 세계 10대 토목구조물로 평가 받았으나 공사비 과다로 경쟁력을 잃었다. 간사이공항은 세계에서 이용료가 가장 비싼 공항이 돼 동북아 허브공항의 꿈도 좌절됐다. 

공항 전문가의 기술적 판단을 배재하고 여론조사에 의해 입지를 결정할 수 있다면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가령 현 제주공항 확장 시 우선 큰 문제로 상당지역의 바다를 메워야 하는데 필요한 매립토는 어디서 구할 것인가. 송이가 포함된 화산지역 오름의 흙은 강도가 약해 매립토로 쓸 수 없다는 토목전문가의 의견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오름 자체를 파괴하는 일은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 골조에 필요한 석산도 여의치 않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당장 필요한 레미콘용 자갈, 모래 등 골재수급도 어려운 실정이다. 

건설비는 성산 제2공항보다 2배 이상 많은 약 9조4000억원 외에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투자할 수 있는 비용대비 편익의 경제성을 얻을 수 있을까. 중앙정부는 육상에 가능한 지역을 두고 굳이 바다 위에 많은 돈을 들이며 어려운 인공섬을 건설할 것 같은가. 국비라도 쉽게 투자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미 입지가 정해져 있음에도 도민 여론조사로 다시 묻는 의도가, 또 어떤 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다. 공항은 일반적 수준의 상식으로 입지를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국제적인 통일성과 안전성,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실현가능성이 없는 담론으로 도민들의 혼란과 갈등만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원점 재검토보다 검증 후 문제가 없으면 추진하겠다는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됐다. 제2공항의 기술적인 검증은 전문가에 맡기고 지역주민이 이익 되는 방안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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