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동우회장·전 행정부지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단독 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2개월이 지났다. 

도보다리는 '도보'로 걷는 다리일 뿐 특별한 의미가 없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국내외 이목을 끌면서 판문점 도보다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한 어학사전에 따르면 보도는 큰 길 가의 차도 옆이나 대지 사이에 사람이 통행하는 길, 사람이나 우마가 다닐 수 있는 소도라고 했다. 이러한 소도가 다리형태로 된 것을 도보다리라고 한다. 

도보다리의 목적은 양방소통을 위한 것이다. 뜻있는 이 장소에서 정상회담을 열리는 것 또한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73년 동안 막혔던 다리가 두 정상이 함께 걸으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소통의 길로 부상됐다.

이것을 계기로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또 6월 21일에는 모스크바에서 한·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9월 열리는 동북아 경제포럼에서는 남·북·러 정상회담이 예정되면서 철도·가스·전기부터 남·북·러 협력이 가능해졌고 유라시아 시대에 공동 번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도보다리는 1953년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든 다리다. 판문점 T1, T2, T3 회의실과 동편 중립국감독위원회 캠프 사이에 있는 길이 50m 작은 다리로서 유엔사에서 '풋 브릿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직역해 '도보다리'라 칭한 것이다. 

이러한 도보다리에서 역사적 정상회담을 보면서 분단의 아픔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시각은 88%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좌우 이념의 차이에서 우려하거나 정계의 계산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도보다리는 한반도 통일의 초석으로서 '남북 정상이 만난 아름다운 다리'란 제목으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정상회담 전 기념식수만 하더라도 매우 상징성이 넘쳤다. 기념식수에 쓰인 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에 태어난 소나무로 정했다. 식재장소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난 1998년 소떼를 몰고 고향을 방북했던 휴전선 인근 '소떼 길'에 심어졌다. 공동 기념식수를 끝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도보다리 산책에 나섰다, 이어서 이루어진 30여분동안 단독회담은 거리가 멀어서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녹음되고  두 정상의 비밀회담 내용의 목소리는 잡히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김정은 국무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삼각의 세기적 대화로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야말로 남북회담 백미는 '도보다리 회동'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문대통령은 김정은 국무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언급을 이끌어 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대통령의 신뢰를 확인하면서 트럼프의 성격이나 북미회담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몇 가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워낙 베일에 싸인 인물이고 저팔계식 외교 전략이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더군다나 남북 화해 성과가 여당 독주여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걸어서 하늘 끝까지라는 말도 있다. 참고 견디면서 남과 북이 철조망을 걷어내고 도보다리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드는 새들처럼 마음대로 오고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불교에서 우주만물이 '한몸·한생명'이라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가 있다.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 대립하지 말고 상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곳에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 있다고 제시한다. 도보다리 비무장지대가 새들의 보금자리처럼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평화와 생명의 인드라 망이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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