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가 펴낸 「종이밥」은 부모가 모두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키워지는 철이·송이 남매의 이야기다.

 시립병원의 청소부로 일하는 할머니, 인근 시장에서 좌판행상을 벌이는 할아버지로서는 미래를 기약한다는 것조차 힘든 일이다. 노인네의 벌이로는 철이 남매를 키우기조차 버겁다. 송이는 어려서부터 달동네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야만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 나가고 오빠가 학교에 가면 자물쇠가 채워진 단칸방에서 종이를 씹으며 무료함과 배고픔을 달랬다.

 송이는 종이를 씹으면 밥 냄새가 난다고 하고 껌 씹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동화 제목인 ‘종이밥’은 외딴 방에 남겨진 채 종이를 먹는 송이의 버릇에서 빌려왔다.

 천식으로 더 이상 거리에서 좌판을 벌이기 힘들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 혼자 벌이로는 철이 남매를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

 할머니는 평소 다니던 절에 송이를 동자승으로 맡기기로 결심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이틀 후 송이는 다시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동생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철이는 다시 돌아온 동생을 안으며 기뻐한다.

 동화는 달동네 서민들의 삶의 단편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동심을 함께 그리고 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가난을 보는 작가의 솜씨로 철이 남매의 이야기를 슬픔 속에서 미래에 대한 한 가닥 꿈을 잃지 않게 만든다.

 “심심하고 배고플 때,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송이는 종이를 먹었다”는 작가의 과장 없는 서술은 삽화를 그린 김환영씨의 말대로 울지 않고는 읽을 수 없다. 낮은 산.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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