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취업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최근 대부분의 매체는 국내 취업환경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알리고 있다. 이 중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 계층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일자리 문제는 새로운 경제구조로의 개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는 것으로 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일자리에 관련하여 큰 명제중의 하나가 4차산업혁명일 것으로 판단된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충격 중 일자리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헌데 그 위기의 진원지에는 똑똑한 인공지능(AI)의 출현이 있다. 오죽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존재에 잠재적 위협 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AI가 곧 인류를 점령하고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직접적인 위기는 일자리 소멸에 대해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 4차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에서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하고 있다. 다보스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만들어 질 일자리는 200만 개에 그쳐 실제적으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진단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일자리 감소를 예측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일자리의 52% 정도는 컴퓨터로 대체될 위험성이 높은 직업군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들에서 사라질 위험이 큰 직업군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이나 자동화에 의해 대체가 용이할 정도로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라는 것이다. 특정 사이트의 내용을 감시하는 일이나 조립되는 제품의 상태를 보고 불량품 여부를 판단하는 일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두 번째 특성은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비용이 인건비보다 더 싼 직업들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 노무근로자보다 지식근로자의 업무가 사라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지식근로자의 한사람으로 우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예측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영국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가 영국의 150년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사상 기술은 항상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계(A Great Job-creating Machine)'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는 인간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복잡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효과적으로 협상하거나 추론 능력·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 보고했다. 창의력이나 기획력을 요구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일자리 대부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위기의 일자리라도 해당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업무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술이 일자리를 파괴하기보다 기술이 구매를 증가시키고 그에 따라 새로운 수요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진단이다. 이런 진단은 결국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있다면 항상 새로운 일자리는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새삼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인정과 관심이 필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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