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이학박사

새는 하늘과 땅을 오가며 먹이와 천적을 살펴야 해 시야가 넓다. 자외선을 감지해 다채로운 색을 볼 수 있고 물체에 볼록렌즈를 댄 것처럼 확대해서 보기도 한다. 천지(天地)를 넘나들며 살다 보니 사람이 보지 못하는 많은 것을 본다. '새 박사'로 불리는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50)는 30여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의 옆에서 제주의 사연을 함께 읽었다.

김 연구사가 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대학생 때였다. 생물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현장답사를 통해 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제주를 찾는 새의 일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제주 곳곳을 누비며 새를 만났다. 밤, 낮 할 것 없이 연구에 매달리면서 새에게 '제주'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고민했다.

제주는 새에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목을 축이는 휴식처, 새끼를 낳기 위한 산란지, 피난처 등 일생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곳이다.

김 연구사는 수많은 새를 만나면서 희귀종을 발견하고 습성을 알아가는 학문적 성과를 얻는 데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무분별한 개발로 새에게 닥친 위험이 곧 제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제주의 생태환경은 제 기능을 잃고 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곶자왈이 있던 자리에는 건물과 도로가 들어섰고 습지나 바다는 매립돼 생물이 살 수 없게 됐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이었다. 제주 생태계가 가진 정체성과 고마움을 생각하지 못하고 경제적 논리만 고집했다. 

김 연구사는 "사람이 자연에 의지하듯 자연도 사람에 의지하기 때문에 '공생'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제주시 조천읍 선흘곶자왈에서 '공존'의 의미를 일깨운 '물숲새 축제'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물과 숲이 건강하면 새는 떠나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숲을 이룰 수 없는 곳에는 새소리는 물론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김 연구사는 최근 새의 눈으로 본 제주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가 집필한 「새들의 천국, 제주도」는 저마다의 이유로 제주를 찾은 새 100여종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사람의 이기심과 무관심이 자연에 어떤 해를 주는지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장에 그는 제주도는 새들의 낙원이어야 한다고 각인했다. 김 연구사는 "사람도 새와 같은 생물이기에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한다면 제주는 모두에게 천국 같은 곳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새들은 두 개의 날개가 평형을 이룰 때 날 수 있다"며 "자연과 인간이 새의 날개처럼 균형을 이루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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