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 차장대우

'태풍'의 계절이다. 근래 우리나라에 상륙할듯 하다가도 막판 방향을 틀면서 비켜갔던 태풍이 이번에는 5년만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문헌에 나타난 우리나라 바람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모본왕(서기 49년) 2년 3월에 폭풍으로 인해 나무가 뽑혔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현재 기준에 따라 짐작해 보면 평균풍속 30m/s(시속 110㎞) 이상인 중형급 태풍으로 볼 수 있다. 신라 경주에서도 큰 바람이 불고 금성동문이 저절로 무너졌다고 전해 내려온다. 고려시대에는 정종 6년(서기 950년) 음력 9월 1일 폭우가 내리고 질풍(疾風)이 불어 길거리에 죽은 사람이 있었으며 광화문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태풍'(颱風)이라는 단어는 1904년부터 1954년까지의 기상관측 자료가 정리된 「기상연보(氣像年報) 50년」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중국에서는 1634년 태풍의 '태(颱)'라는 글자가 처음 사용됐다.

반면 영어로 태풍을 뜻하는 'Typhoon'은 언어학자들에게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일부는 중국인들이 태풍을 큰 바람, 즉 대풍(大風)이라고 했고 이 말의 광둥식 발음인 'Toi Fung'이 서양으로 건너가 'Typhoon'으로 표기됐다고 말한다. 

영어가 기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리스 신화 속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지하 암흑세계의 신 타르타루스 사이에 태어난 반인반수 '티폰'(Typhon)이 중세 아랍인을 통해 동아시아에 전해져 '颱風'으로 표기됐다는 설명이다. 영어 'typhoon'은 1588년에 영국에서 사용한 예가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1504년 'typhon'이라 했다.

태풍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1994년 극심한 가뭄을 해갈시킨 효자 태풍 '더그'(Doug)처럼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해수를 순환시켜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번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경우 강풍은 물론 장마 전선에다 천문조 현상까지 겹쳐 침수와 월파 피해도 우려되고 있어 여느 태풍보다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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