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민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소장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물질하며 채취하는 대표적인 패류로는 소라, 전복과 더불어 오분자기를 들 수 있겠다. 오분자기의 겉모습은 일반인들이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전복과 매우 닮아 있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오분자기는 그 크기가 전복보다 훨씬 작다. 오분자기는 다 자라봐야 10㎝를 넘는 개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다른 차이점은 패각 겉에 뚫려있는 호흡공의 수가 전복보다 오분자기가 더 많다. 우리나라에서 오분자기는 크게 마대오분자기와 오분자기 두 종류가 서식하고 있다. 두 종간의 유전적 차이는 거의 없다. 

오분자기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해산물이다. 특히 칼슘 및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골다공증이나 빈혈 예방과 같이 특히 여자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제주도에서 오분자기를 이용한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단연 오분자기 해물뚝배기를 들 수 있겠다. 오분자기 해물뚝배기는 오분자기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을 함께 넣고 된장으로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나게 끓여 낸 찌개의 일종이다. 특히 오분자기의 육질은 전복보다 더 탱탱하고 쫀득한 감을 갖고 있으며 패각에서 직접 손으로 오분자기 근육을 떼어 내어 먹는 맛이 별미다.  

오분자기는 생태적 특성상 남방계열에 속하는 패류이기 때문에 주로 따뜻한 제주 바다에서만 서식하고 있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오분자기 서식지가 점차 제주도에서 남해안쪽으로 북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과학적 조사들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제주에서 오분자기 생산량이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간혹 전복 새끼를 오분자기라고 속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식당들이 적발되는 소식을 종종 듣기도 한다. 앞으로 제주도 오분자기 자원감소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제주도산 오분자기 뚝배기가 우리 식탁에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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