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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줄씨줄] 계란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대우
한 권 기자
입력 2018-07-02 (월) 14:28:31 | 승인 2018-07-02 (월) 14:29:24 | 최종수정 2018-07-02 (월) 14:29:17

계란은 용도가 다양하다. 주로 먹지만 가끔 투척물로도 쓰인다. 사회적으로 용납받기 힘든 범죄를 저질렀거나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준 이들, 특히 정치인들이 표적이 된다. 주로 투척 대상자에 대한 항의 또는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고 모멸감이나 망신을 주려는 심리적 의도가 작용한다. 

계란을 던지는 행위는 실제 벌을 주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중세시대에 죄수들에게 칼을 씌우고 눈을 못 뜰 정도로 계란을 던져 모욕을 줬던 것이 유래가 됐다. 이러한 관습은 극장가로 이어져 연극을 보던 관객들이 배우의 연기가 형편없다고 느껴지면 야유와 더불어 썩은 계란을 던졌다.

계란 투척이 정치적 항의 수단이 된 배경에는 조지 엘리엇이 쓴 '미들마치'가 있다. 정치 입문을 시도하던 주인공이 선거 유세를 하던 중 허튼 공약을 제시하다가 군중으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고 유럽으로 도망치는 장면이 1930년대 미국 사회에 소위 먹혔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정치사에서도 계란은 토마토와 크림파이, 밀가루, 초콜릿 등과 종종 자리를 나눠 쓰며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했다. 

FIFA 세계 1위 독일을 무너뜨리며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을 연출한 대한민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도전은 이 '계란'으로 막을 내렸다.

누구도 예측 못 한 명승부로 유종의 미를 거뒀던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환호가 이어졌지만 일부 팬은 박수 대신 계란을 던졌다. 2패 후 치른 독일과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총 118km를 뛰었다. 이번 월드컵 한 팀 최다 주행 거리 기록과 타이를 이룰 정도로 집중했다. 그 전 경기에서도 독일전에서 처럼 좀 더 최선을 다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후반 추가 시간까지 100여분을 종횡무진 했던 선수들에게는 기념비적인 1승보다 16강 진출을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는지도 모른다. 선수단 전체가 주체못했던 그날의 눈물이 증명한다.

해단식날 계란을 던지는 것보다 질 좋은 단백질을 함유한 완전식품의 맛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이번 기회에 선수와 팬 모두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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