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순 작 '꽃배'.

4·3평화재단·미술창작그룹 '숨' 설치미술전 '피어라 바람꽃'
9월 30일까지 고통스런 현실·안도감 공유 등 역사 이해 유도

언젠가 종편 뉴스 말미에 테왁이 등장했던 일이 있다. 놀란 눈 보다 빨리 열린 귀에 '우리 삶에도 테왁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박혔다.

그랬다. 목숨을 걸고 바다에 몸을 던지는 해녀들에게도 자신들의 목숨줄을 맡길 무언가가 있었다. 가슴으로 숨을 쉬는 고통 속에서도 멀리 테왁이 보이는 순간의 안도감은 망망대해에서 등대의 작은 불빛을 만나는 이상이다.

4·3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에 '이제는 돌아오라' '돌아와 편히 쉬라'는 메시지를 담기에 그만한 도구는 없다.

70년 전 제주 섬을 붉게 물들였던 비극 속에 한발 두발 저승길로 들어갔던 원혼들을 위로하는 25개 꽃송이가 피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과 제주 미술창작그룹 '숨'(대표 박재희)이 9월 30일까지 4·3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진행하는 설치미술전 '피어라 바람꽃'이다. 70주년 추모 미술전이란 대주제 아래 진행한 사진, 회화에 이은 세 번째 전시다.

'숨'은 제주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전·현직 미술교사 강길순·박재희·오건일·윤상희·이미순씨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말 테왁이 지닌 이중적 의미를 담아 프로젝트 전시를 진행했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바다에 꽃이 핀 듯 보이지만 해녀들이 치열하게 삶을 일구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때문이다. 

이후 제주 문화를 이해하고 또 재해석 작업을 통해 이번의 결실을 맺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아름다워 보이나 슬픈, 삶의 농후한 페이소스가 제주4·3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한다.

김수열 시인이 이들 테왁을 보고 "죽어 모든 이유가 사라져버린 수중의 중음신들이 한을 풀고 서천꽃밭을 건널 것. 너도바람꽃으로 환생하시라"고 살핀 까닭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723-4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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