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서양화가 한명섭씨가 제주월드컵을 기념하는 작품전을 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조천읍 함덕리 제주션사인호텔에서 마련되고 있는 한명섭 작품전은 ‘돌·바람·공 차는 아이’라는 주제가 의미하듯 월드컵과 제주를 알리는 전시회다.

 출품작은 모두 30점. 축구공을 차는 어린이를 형상화한 10호 내외의 소품을 비롯해 돌과 바람 등 제주 이미지를 나타내는 평면작품들과, 인간의 인연과 격정·갈등을 거대한 쇳덩어리의 휘어짐으로 묘사한 ‘만남’연작 등의 입체작품들이 선을 뵈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암 투병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왼쪽 팔과 손만으로 작업을 한다. 오른쪽 팔은 간암으로 인한 암세포가 퍼져 절단했기 때문.

 화가로선 치명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이룬 셈이다.

 단 한번의 붓질로 마감하는 먹그림이나 오래된 비문, 갑골문자와 같은 분위기의 그림들은 투병생활의 고통과 그의 쉼 없는 창작열을 보여준다.

 “왼손으로 작업이 바뀌면서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기교에 집착했던 예전 기법을 모두 던져버리고 새롭게 작품에 매달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그에게는 서양화다 동양화다 하는 장르의 구분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는 구겨진 한지 위에 무의식적으로 물감을 뿌리고 붓을 놀린다. 마구 물감을 뿌리고 번지게 하고 갈필로 비비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구상과 추상, 현대적인 느낌과 토속미가 공존하는 독특한 그만의 작품이 나온다. 한쪽 팔을 떼어낸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내면을 살펴보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이번 작품전은 월드컵을 기념하는 것인 만큼 축구대회 기간을 지나 오는 6월30일까지 마련된다.

 문의=784-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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