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하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역사적 사실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김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1991년 12월 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이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며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고, 김 할머니는 1994년 6월 제9차 재판 진행 중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할머니는 이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등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 문제로 확대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끝나지 않은 역사를 스크린에서 기록하고 증언하려는 노력은 오늘도 이어진다. 얼마전 개봉한 '허스토리'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와 부산을 오가며 이어진 23번의 재판(일명 '관부재판')을 다룬다. 10명의 원고단과 13인의 변호인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힘겨운 법정 투쟁은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냈지만, 도쿄가 아닌 시모노세키에서 진행된 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98년 일본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원고단 중 위안부 피해자 3명에게 각각 30만엔(약 300만원)씩 지급할 것을 정부측에 명령한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죄 요청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이후 5년간 계속된 항소, 상고 끝에 판결은 뒤집혔고 실제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아무런 사죄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4월에는 재판에 참여했던 마지막 원고 이순덕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5), '낮은 목소리2'(1997), '숨결-낮은 목소리3'(1999),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7), '그리고 싶은 것'(2013), '마지막 위안부'(2014), '소리굽쇠'(2014), '눈길'(2015), '귀향'(2016),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2017), '눈길'(2017), '어폴로지'(2017), '아이 캔 스피크'(2017), '허스토리'(2018). 왜 또 위안부 이야기냐고 할지 모른다. 용기있는 여성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장 세상은 안 변해도 사람들은 변할 수 있다. 그들의 작지만 값진 승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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