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수요, 공급과 같은 경제학적 용어 사용에 시큰둥한 반응이 흔하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아는 척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세간의 시각을 반영한다. 사실 주관적 평가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수긍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비해 더 어렵다. 이런 변명을 전제로 제주의 문제를 짚어보고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핵심 과제는 섬의 청정한 환경을 어떻게 보존하는가이다. 오려는 외지 사람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이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엄격한 보존 구역 지정과 같은 조치가 없어도 복원이 어려운 환경훼손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주민과 방문객의 규모가 과거의 상상을 넘어 크게 늘어난 이제 섬의 청정 환경 보존은 날이 갈수록 난제(難題)가 되고 있다.

제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고정되어 있는 형국이다. 보존지역 축소, 거주지역의 고밀도화를 통해 늘어나는 수요를 부분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이미 제주시 지역은 빠르게 이런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섬의 크기, 보유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생활편의 시설을 크게 늘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공급이 고정되었는데 수요가 커지면 가격이 오른다. 가장 쉽고 투명한 해결 방법은 제주도 방문이 더 비싸지는 것이다. 이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을 싸게 유지하면서 선별적으로 방문을 허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사람의 발길에 훼손되기 쉬운 지역의 자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선별적 접근을 허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라산 등반은 지금보다 훨씬 엄격하게 선별하여 방문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수요가 너무 많은 것을 해소하는 현실적인 방안의 하나로 현재 거론되는 환경 부과금을 징수하는 것이 투명하고 유용한 방법이다. 방문객이 늘면서 도로,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 등 사회간접시설에 과중한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그 동안 지역 주민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방문객들에게 부과금을 징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차제에 전기차 장려처럼 청정과 맞는 새로운 정책을 생각해 본다. 우선 순위가 높은 것이 플라스틱 시용을 줄이는 것이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것은 집안 쓰레기 재활용을 해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눈덩이처럼 누적되며 미치는 피해가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다. 제주 지역도 각종 분야에서 플라스틱 사용이 많아 관련 폐기물 처리가 심각한 지역의 현안이기도 하다. 

먼저 1년 후쯤부터 플라스틱 컵, 빨대 등과 같은 각종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높은 부과금을 징수하기 시작하고, 5년 후쯤부터는 이들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불편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이미 이런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본격 시행 전에 민간과 공공 주체들이 백방으로 기술 개발 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해외에서 채택된 해결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다.

판매되는 생수가 페트병 사용과 불가분한 품목인데 빈 페트병은 산 깊은 곳, 후미진 바닷가 등 흔하게 발견되는 환경오염 흉물이다. 우선 작은 용량 페트병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도내에서 포장된 생수의 공급을 줄이고 대신 유로 생수 공급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한 방안이다. 개인용 물병 사용이 늘면 이런 변화가 가능해진다. 

해외에 사는 딸이 개인용 물병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본지 십년 가까이 된다. 커피 애호가인 필자도 몇 해 전부터 커피점의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있다. 페트병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용 물병도 쓰기 시작했다.     

환경 보존과 같은 추상적 구호는 개인들의 걸맞는 행동이 있어야만 실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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