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조각보·규방공예·색실공 전시
31일까지 북촌돌하르방공원 돌집서

'전통'이란 단어는 이름만으로도 묵직하다. 지금처럼 기술이 정교하지 않거나 정제가 덜 된 재료를 쓰는 때문이 아니라 그 의미와 수고에 대한 존경이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

전통공예에 기반을 둔 조각보와 규방공예, 색실공이 한 자리에 놓인다. 화려한 색감이 눈을 사로잡고 그 안의 정성과 노력이 발을 붙든다.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과 서울을 거쳐 제주에 닻을 내린 작가의 행보가 첫 바늘땀에 닿는다.

이현숙 작가의 개인전이다. 31일까지 북촌돌하르방공원 돌집에 펼쳐낸 것은 야무진 손끝으로 정리한 인생사다.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모여 하나의 보를 이루고, 가늘고 약한 색실이 모여 하늘을 날거나 꽃을 피운다. 수고로움의 조각들이 고운 자태로 보답을 하고 작품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마음을 짓는다.

놀이공과 민간신앙의 의미를 지닌 전통 색실공은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이어짐과 정교하고 다채로운 형태로 쉽게 단정하기 힘든 삶을 대변한다. 1300여년 전 중국에서 전해진 이후 일본에서 더 꽃을 피웠던 색실공이지만 둥근 공 위에 놓인 자수의 따스한 색감이 한국적 정을 느끼게 한다. 모든 작업으로 손으로 하는데다 상상 이상의 몰입을 요하는 까닭에 오랜 시간을 함축해 풀어내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문의=782-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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