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대통령직속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에서 저출산 정책을 발표했다. 백화점식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나열했지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혁신적인 정책이 나와야한다. 지난 4월 출생아수가 2만8000여명으로 3만 명 선이 무너졌다. (4월 출생아 수가 3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를 작성한 1981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 연속 매달 역대최저 기록을 달성하고 있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국가적위기다.) 사람들이 이런 소식에 무감각하다는 것이 더 무섭다. 망해가는 데도 망하는 줄 모르면 그 끝은 파국밖에 없다. 통계청 자료를 좀 더 들여다보자. 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출산하는 아이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2016년 1.17명이고 출생아수는 40만6000여명으로 40만명 선을 겨우 유지하다가 지난해에는 35만7700여명으로 40만 명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더 줄었지만 제주도는 1.31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단순히 계산해서 남녀부부 한 쌍이 2명은 낳아야 본전인 셈인데 본전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저출산의 원인부터 따져보자.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저출산 원인은 결혼의 감소와 육아부담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할 수 있게 직장, 주택 등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고 육아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출산율이 증가할 것이다. (결혼문제는 너무 복합적이라서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오늘은 육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막대한 육아 및 교육비용은 물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나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찮은 현실을 생각하면 출산을 망설이는 젊은 부부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필자 주위에도 출산을 포기하고 애완견을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있다. '제발 애만 낳아다오. 육아와 교육은 국가에서 확실히 책임지겠다' 정치권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가 됐는데 아직도 안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육아는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한다. 여자들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주고 취업 시 병역가산점을 주자고 누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대신 남자처럼 군에 가는 것이 아니라 탁아소, 어린이집, 유치원 같은 육아시설에서 근무하게 하자고. 국가에서 충분한 육아시설을 지어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시간만큼 자유롭게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육아를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애써 외면하려 하지 말고 국가나 지역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정부는 매년 10조원이나 되는 돈을 저출산 대책에 썼지만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서 시행한 출산지원정책이 무려 2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재정이 열악한 전라남도도 산후조리비용 등 110만원을 지급하고 강원도 삼척에서도 산후조리비용 180만원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출산지원금 1000만원을 주는 지자체도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태어난 아이는 5000명 정도다. "제주도에서는 어떤 출산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을까". 취약계층, 다문화가정 등 일부 계층에 산후조리 비용의 절반정도를 감면해주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참 부족해 보인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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