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광 작 '나는 고향으로 간다'.

제주도립미술관 강 광 초대전 '나는 고향으로 간다'
14년 제주생활…10월 3일까지 1·2부 나눠 작품 소개

마치 긴 그림자를 드리운 그림자 같은 화면이 가슴을 두드린다. 마주보며 나눈 표정인 말보다 더 깊고 솔직한 그것은 작가의 시선과 느낌 그대로를 전한다. 분명 화면은 꽉 차 있고 무언가 전할 말로 넘쳐흐르지만 차마 자리를 찾지 못해 맴돌던 그림자가 눈물 한 두 방울, 한 숨 몇 번을 뿌리고 돌아선 것 같은 빈 자리가 애잔하다.

말로는 다 하지 못했던 것들이 색을 타고 캠퍼스를 노닌다.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던 작가는 붓으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원로 서양화가 강광 화백의 '나는 고향으로 간다'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10월 3일까지 진행하는 초대전은 40여년에 걸쳐 이어진 강 화백의 작품 세계를 느린 걸음으로 소개한다. 

50여점의 작품에는 그 시대 예술가들이 부딪쳐야 했던 미학적 과제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특정한 사건이나 역사적 순간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는 진실함에 대한 자기반성에 가깝다. 역사와 사회, 예술을 생각하면서 의식의 허영과 허위의식에서 자유롭기를 희망했던 작가의 열정은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1960년대 말부터 14년간 제주에 머물면서 자연과 현실에 거리 두기를 연습했던 것은 나름의 독특한 색과 화면 구성을 완성하는 초석을 이룬다. 고향인 함경남도 북청을 떠나 서울 그리고 제주로 남하한 작가의 시선 언저리에 완만한 곡선이 봉긋하게 산을 이루고 마치 호흡을 하듯 바람이 오고 간다. 황량하고 몽환적인 느낌은 그리우나 떠오르지 않는 것, 가까우나 관조의 시선을 유지했던 자연과 연결된다.

전시는 1970년대 초반 당시 제주시 중앙로 소라다방에서 습작전을 펼쳤던 젊은 그 때의 열정을 읽을 수 있는 1부 '침묵적 저항'과 '역사와 현실에 대한 성찰과 비판',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작품으로 꾸리는 '반민족, 반통일 세력에 대한 경종' '삶의 터, 사람에 대한 애정' 등 2부로 나눠 진행된다. 문자언어를 사용한 후반기 작품들에서는 작가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을 살필 수 있다. 2부 전시가 시작되는 8월 17일 오후 2시 '강광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연다. 문의=7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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