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숲은 존재만으로도 시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로 가득한 도심에서 아름답게 우거진 녹색 공간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도시소음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도시열섬 현상을 완화해 여름 한낮에는 평균기온을 3~7도 낮추는 효과도 있다. 또 1㏊의 숲은 연간 168㎏에 달하는 미세먼지 등을 흡수해 깨끗한 공기로 바꿔줘 '도시의 허파'로 불린다.  

시민들에게 건강한 삶의 공간을 제공하는 도시숲을 늘려도 모자랄 판인데 행정은 되레 없애려 하고 있다. 제주시가 일도지구 아파트 밀집지역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이 일대 도시숲 8600㎡ 가운데 3600㎡를 밀어내 공영주차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 사이의 왕복 2차선 도로변이 밤만 되면 주차장으로 변하는 등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는 이유다.

행정이 파괴하려는 도시숲은 지역주민 등이 산책로로 이용되는 곳이다. 숲속 올레길이 조성돼 있고, 인근 체육시설인 근린공원까지 연결될 만큼 오랜 시간 지역주민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하는 공간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급속한 도시 인구 증가와 개발에 밀려 제주시 도심권 내에서 얼마 남지 않은 숲지역이다. 그런 도시숲 절반 가량을 밀어내면서 제주시는 정작 주민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공청회 한번 없었다니 참으로 막무가내 행정편의주의적인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안그래도 제주도내 도시숲은 현저히 부족하다. 산림청의 '시·도별 도시림 현황'에 따르면 도내 생활권도시림 면적률은 0.4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다. 게다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로 사유지에 포함된 도시숲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행정은 멀쩡한 숲을 밀어내려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주차공간의 확보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숲을 없애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지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한번 훼손된 숲은 되살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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