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최근 지역 신문기사에 어르신들의 사건·사고가 눈에 많이 뜨인다. 위험한 무단횡단, 헤매다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 독거 어르신들의 우울증과 고독사, 고령 운전자의 역주행 교통사고 그리고 치매인 1인당 사회적 비용 2200만원. 제주사회도 이른바 '치매사회'의 그늘로 들어오고 있다는 징후들이다. 

올해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제주도 치매환자 수는 1만45명이다. 치매 유병률은 12.1%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 중 여자가 75.2%로 남자에 비해 무려 3배가량 많다.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 어르신이 70%로 가장 많고 70대가 24% 그리고 60대가 6%이다. 통계치는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제주하면 여성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섬이 아니었던가. 불편한 진실이다.

이어진 치매 중증도의 자료는 더욱 당황하게 한다. 증상이 가장 가벼운 최경도는 16.6%이고, 경도 40.0%, 중등도 26.6%, 중증도 16.8% 등의 순이다. 

치매는 약효가 매우 약하고 원상복귀도 안 되는 불치의 병이다. 그러니 심한 증세(중등도와 중증도)인 43.4%는 현재로서는 방법이 딱히 없다. 또한 가벼운 증상(최경도와 경도)인 56.6%의 초기 증상 어르신들도 점차 중증 치매로 이행해 간다. 그것도 역시 불가역적인 생리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실낱같은 희망의 메시지는 지난 2015년 영국 의학저널 '랜셋(Lancet)'에서 나왔다. 이어진 후속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름하여 '핑거연구(FINGER Study)'가 바로 그것이다. 핑거연구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대규모 치매예방연구이다. 북유럽 핀란드에서 가벼운 치매증상인 경도 수준에 해당하는 노인들을 약 3년에 걸쳐 2600명을 찾아냈다. 그 중 약 1200명의 협력을 얻어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주 3회 일일 30분 걷기, 채소와 생선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생활, 기억력 증진을 위한 게임 그리고 혈압관리 등 맞춤 프로그램을 2년 동안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에게 뇌의 인지기능이 30%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벼운 치매단계에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힘입어 중국·미국·호주·싱가포르 등지에서 '핑거연구'를 기반으로 한 국가 치매예방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 나라의 생활문화에 맞춘 치매처방을 찾는 것이다.

왜 이렇게 핑거연구가 우리에게 중요할까. 지금까지 일부 생활습관 요소를 조절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회의적이다. 역학조사에서 관찰된 근거를 가지고 무작위 표준시험을 통해 이를 다시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핑거연구에서는 이러한 난제를 극복해냈다. 특히 핑거연구는 단일요소가 아닌 다중요소 즉,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인지훈련 그리고 혈압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이루어졌다는데 더욱 의의가 있다.

원래 치매는 그 원인과 진행단계가 다중적이고 복합적이다. 운동이나 식사 등 하나의 위험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따라서 최적의 예방효과는 위험요소들을 동시에 다중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다. 

10년 후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치매에 취약한 노인으로 대거 편입된다. 물론 재원은 한정되고 간호인력과 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것은 가벼운 장애를 가진 노인에 대한 조기 진단과 집중관리이다. 우선 제주에 맞는 치매대응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핑거연구에서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핀란드 등 선진국과 네트워킹도 필요하다. 얼마 전 어르신 치매대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선출된 제주 목민관들의 지혜와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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