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기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장마전선이 물러가면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고 있다. 학생들이 방학을 맞는 이번 주부터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과 일상을 떠나보내는 여행을 통해 굉장히 큰 행복감을 갖게 될 것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국민들이 여름휴가 여행계획을 파악한 '2018년 하계휴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항목 중 눈에 띄는 대목이 휴가 목적지다. 선호도는 1위 강원도(32.1%), 2위 경남(12.7%), 3위 경북(10.4%)이고, 제주도는 6위(8.6%)였다. 의외다. "명색이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자부하는 제주도가 6위라니". 의아심에 지난해 실시했던 똑같은 조사결과를 살펴봤다. 마찬가지로 2015년에 5위, 그 이후 연속 6위다.

도가 휴가 여행지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을 분석해 볼 요량으로 실태조사 상세결과를 유심히 본 결과 나름 원인을 찾았다. 바로 휴가비용이다. 올해 여름휴가 예상 지출액은 25만9000원이다. 휴가철 왕복 항공료만도 20만원이 넘으니 제주 체류비는 겨우 5만원 남짓이다. 5만원으로 숙식에 자동차도 빌려야하니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가격 경쟁력에서는 제주가 한참 밀린다는 것이다. 그럼 가격 외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1위를 차지한 강원도를 보면 대도시 접근성이 좋다. 해수욕장만 해도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그 숫자에서 우리를 압도한다. 규모와 수질, 주변경관도 빼어나다. 산은 또 어떤가. 설악산을 비롯해 가는 곳마다 깊고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는 명산이 즐비하다. 월정사·낙산사 등 천년고찰과 영월의 청령포·장릉, 강릉의 오죽헌 등 문화유적지가 도처에 널려있다.

그럼 제주도는 어떤가. 육지와는 다른 자연경관과 제주인의 삶에서 기인한 독특한 문화 외에 강원도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결국 가격효용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섬 문화가 최고의 경쟁력이 아닐까. 한라산과 푸른 바다, 깨끗한 공기, 유네스코 3관왕인 자연환경, 농촌경관과 차별화된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제주다움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이를 토대로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기술, 산업, 문화 등의 자원과 인재를 중심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내재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런데 근래 제주의 자연환경이 나날이 황폐화되고 있어 그 경쟁력도 잃어가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제주의 풍광을 즐기며 다니다 보면 낯설고 획일적인 타운하우스와 커피가게들이 농촌경관은 물론 바닷가 올레길 경관마저 뺏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고유의 삶의 방식도 흔들리고 있다.

사람의 눈을 시원스럽게 해주고 마음에 평정을 가져다 주는 녹색지대가 축소되고, 교통체증은 일상화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휴가철 지친 심신을 달래고 힐링하고자 제주를 찾는 여행객의 욕구가 해소되지 못하고 그만큼 만족도가 떨어진다.  

예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최근 몇 년을 거침없이 와 버렸다. 그 사이에 공익을 생각하지 않는 외부자본과 인간의 허영심이 결탁해 제주의 최고 경쟁력인 환경과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훼손해 버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뼈아픈 성찰을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환경과 고유문화를 유지·보존하는 일을 최우선의 가치로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휴가철 여행객들이 비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제주를 찾는다. 또한 그것이 현재를 사는 제주도민과 자자손손 후손들에게 물려 줄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