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체력시험에서 남자 응시자들이 20㎏짜리 모래주머니를 들고 100m를 달리고 있다. 자료사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시험 기회 박탈 '날벼락'
체력기준 완화·필기도 삭제…도 "부작용 줄일 것"

2년 전부터 환경미화원 공무직 시험을 준비하던 A씨(28)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시험 공고가 떴지만 비정규직 인력을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A씨는 응시자격을 잃었기 때문이다. A씨는 "환경미화원 공무직 시험을 위해 매일 공부하고 운동을 하며 준비하는 제주 청년들이 많다"며 "더구나 기존 응시생들에게 큰 부담이 됐던 체력인증 시험이 대폭 완화되면서 특혜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근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정규직 전환 채용시험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21일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15차 회의를 열고 심의 대상 60세 미만의 비정규직 172명 중 90명을 정규직 전환키로 결정했다. 단 제한 경쟁을 통해 선발키로 했다.

이에 제주시는 9일부터 16일까지 비정규직근로자 정규직 전환채용 시험공고를 내고 72명(환경미화 40명·청소차량 운전 24명·환경시설관리소 운영 8명)을 모집하고 있다.

문제는 오랫동안 관련 시험을 준비하던 기존 준비생들에게 응시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데다 종전 시험보다 체력·필기시험이 대폭 완화됐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 체력시험의 경우 상대악력, 교차윗몸일으키기, 왕복오래달리기 등 '국민체력 100'을 기준으로 한다.

이는 종전 체력시험에서 실시한 20㎏ 모래 가마니 메고 60m 달리기, 2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보다 강도가 훨씬 낮아졌다.

또 청소차량 운전원에게 실시했던 필기시험을 없애고 올해는 면접으로 대체했다.

특히 이번 채용으로 환경미화 정원이 511명으로 늘어나면서 결원 없이는 추가 채용이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 채용이 불투명 해진 시험 준비생들의 허탈감은 커져가고 있다.

현재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38)는 "환경미화원은 경쟁률 20~30대1 수준의 인기 직종"이라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도 좋지만 청년 일자리 기회를 완전 박탈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권리를 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결국 고용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되레 채용 차별을 부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채용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행되고 있으며, 채용방법은 정규직 전환심의위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채용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모두 드리지 못하는 점에는 아쉬운 마음이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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