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문화체육부 부국장

우리는 지난 한 달 여간 지구촌 최대 축제인 월드컵으로 밤잠을 설쳤다. 16일 자정 지구촌의 축구 마니아들의 눈과 귀는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으로 쏠렸다. '아트 사커' 프랑스와 피파랭킹 20위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이 열리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4-2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네이마르를 앞세운 브라질은 8강전에서 벨기에에 1-2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마저 1938년 이후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독일은 조별리그 최종전인 대한민국과의 F조 3차전에서 0-2의 치욕적인 패배로 조 최하위에 머물며 일찌감치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 또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역시 16강전에서 프랑스를 맞아 3-4로 석패했고 수아레즈와 카바니가 버틴 우루과이도 8강전에서 프랑스에게 0-2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다크호스로 등장했던 벨기에도 4강전에서 프랑스에게 0-1로 패해 결승티켓을 놓쳤다. 

이런 가운데 크로아티아가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기염을 토했다.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인구 416만 명의 작은 나라인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와 다뉴브강 사이에 자리 잡은 초승달 모양의 국가다. 면적은 대한민국의 절반에 불과하고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인 지리적 위치 탓에 오랜 세월 외침에 시달렸다. 지난 1990년대 유고 연방 국가들이 하나둘 독립하면서 크로아티아도 독립국가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유고 연방을 유지하려는 세르비아와 전쟁을 치르는 등 다시 아픔을 겪었다. 플리트비체라는 요정의 숲으로 잘 알려진 크로아티아는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어 전 세계인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416만의 기적'을 써낸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는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3위가 이전 최고 성적이었다. 이후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했던 크로아티아는 이번 러시아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전에서 3경기 연속 연장전 혈투를 펼치며 모두 승리하는 최강 체력을 과시했다. 크로아티아는 16강전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이은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수바시치가 3개를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쇼에 힘입어 3-2로 물리치고 20년 만에 8강행을 자축했다. 이어 크로아티아는 8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와도 전후반 2-2에 이은 승부차기 4-3의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또 4강전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연장접전 속에 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제 월드컵의 열기가 다음달 10일 제주시 녹색 그라운드로 이어진다. 올해로 26번째 열리는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 예비스타들의 등용문인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에는 경기지역 15개 팀을 비롯해 제주 5팀, 서울 12팀, 충남·충북·강원 각 3팀, 부산·인천·경북·경남 각 2팀, 전남·전북·광주·대구·대전·울산 각 1팀 등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 강호 55개 팀이 출격한다. 지난해 우승팀인 청주대성고를 비롯해 과천고, 장훈고, 중경고, 대륜고, 강릉문성고, 제주제일고 등 역대 우승팀과 보인고, 대전유성생명과학고, 울산학성고, 서울대대신FC, 서울경신고, 서귀포고, 대동세무고, 충남신평고  등 역대 준우승팀 등이 백록기 정상 탈환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올해 제20회 백운기 우승팀인 서울중경고, 제23회 무학기 1위 청주대성고와 2위 충북충주상고, 2018금석배 우승팀인 서울경신고와 3위 서울중동고·광주숭의고, 제51회 대통령금배 1위 인천부평고, 3위 경기뉴양동FC와 충남한마음축구센터 등도 우승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는 흔히 말하기를 '축구공은 둥글다'라고 한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도 축구공은 역시 둥글었다. 제주의 그라운드를 누빌 55개 팀의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예비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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