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봉성교회 목사·논설위원

한 달 동안 러시아에서 벌어진 축구 잔치는 끝났다. 결승전이 종료되자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과 더불어 기뻐하는 크로아티아의 여성 대통령 키타로비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지 않았고, 양 팀이 동시에 우승한 듯이 보일 정도였다.     

크로아티아는 불리한 조건에서 경기에 임하였다. 결승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계속 연장전을 치러야 했으며, 상대팀은 하루를 더 쉬고 운동장에 나왔다. 프랑스인을 제외하면 세계의 축구 팬들은 약자를 응원하였다. 혹여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예상과는 달리 크로아티아는, 수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공세를 취했다. 그리고 경기를 주도하였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몇 차례 약간의 틈을 보이자 프랑스는 빠르게 허점을 공략하였고 골을 성공시켰다. 운동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있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어, 공격의 흐름을 방해한 것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가로 세계무대에 다시 서게 되어, 큰 성과를 남기게 되었다. 같은 시간에 세르비아의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는 윔블던으로 불리는 전영오픈 대회의 남자 단식 우승자가 되었다.   

세계가 인정하던 강호들이 기대와는 달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이탈리아와 네델란드는 예선의 벽도 넘지 못하였다. 절대강자로 평가되던 독일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에게 패하여 탈락하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도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였다. 소수의 스타플레이어에게 의존하기보다 모든 선수들의 경기능력이 고르게 발휘되는 팀이 이기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축구는 평준화되었다. 예전처럼 그리 큰 전력의 차이가 나지 않으며,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갖추었다. 더구나, 승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국면이다. 종목에 따라서는 조금이라도 우수한 전력을 갖춘 팀이 무난하게 이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세한 차이이지만, 승부는 미리 정해진 것처럼 갈리고, 전적이 쌓이는 종목도 있다. 이에 비하면, 어느 공보다도 축구공이 가장 둥글다고 말할 수 있다.   

스포츠 세계를 가장 크게 점유하는 종목은 축구이다. 기후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세계인들이 쉽게 접하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경기이다. 큰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대선수와 몸이 부딪히는 격렬하고 위험한 운동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게임이다. 그러기에, 아주 매력 있는 종목이다.   

프랑스는 이십 년 만에 다시 세계 축구의 정상에 섰다. 데샹 감독은 선수로서 그리고 코치로서 우승을 일구어 냈다. 브라질의 자갈로, 독일의 베켄바우어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이라 한다. 새로운 축구의 흐름에 최적화된 팀으로 조련해낸 솜씨를 본다면, 우승은 예견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튼튼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주도하는 발군의 공격수들을 갖추었다.    

선수 구성을 본다면, 대부분 이민자 혹은 그 후예들임을 확인하게 된다. 대대로 프랑스인으로 살아온 선수가 매우 드물게 보일 정도이다. 똘레랑스 정신으로 제국주의 시대의 잘못된 지배와 착취를 벗어나 반성하고, 세계의 난민을 품은 프랑스의 정책의 승리라고 지적할 수 있다. 마치 다국적 선수들의 팀으로 보였다.  

현재 예멘의 난민으로 인해 당황스러워 하는 한국사회와 제주인들은 이제 새로운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독일은 많은 난민을 수용하면서도, 정작 국가대표에서는 폴란드나 터어키 출신의 선수들만 기용하고 있다. 세계를 널리 품는 하이브리드 팀이 당당한 승리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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