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부 차장

계엄령은 국가 비상시 국가 안녕과 공공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헌법 일부의 효력을 일시 중지하고 군사권을 발동해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긴급권의 하나로 대통령(최고 통치권자)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계엄령은 국가적 환란 때문이 아닌 정치적 혼란으로 야기된 국민 저항을 제압하거나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수단으로 악용돼 발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계엄령이 처음 선포된 것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 4·3 사건 진압 출동을 거부하면서 시작된 여수·순천사건(여순사건)이다. 이후에도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군사정변, 1964년 6·3사태, 1972년 10월 유신(10월 17일),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1979년 12·12 사태(신군부 쿠데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계엄사태가 일어났다.

제주 역시 계엄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제주4·3과 관련해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11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달 보름간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했고, 이 기간 제주에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대사가 증명하듯 계엄령은 역설적이나 민주화의 도화선이 됐다. 아울러 국민들에게는 악몽 같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최근 또 다시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작성한 '계엄령 문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만 봐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된지 올해로 70년이 됐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 이념이자 최상위 가치체계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을 위해 쓰여야지 국민을 해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명제를 잊지 않기 바란다. 그날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국민들은 하나같이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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