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옛 아카데미극장) 건물 매입 과정에 대한 절차적 타당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밋섬 건물 매입은 복합문화공간인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일환으로 173억원이 투입된다. 제주도는 지난달 18일 건물매입 계약 체결에 이어 28일 10억원을 1차 중도금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재단 기금 170억원 중 100억원 넘게 사용되는 건물 매입 계약이 불공정하게 이뤄진데다 기금을 지출하면서 법적 절차를 어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의원들은 17일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 업무보고 자리에서 "재밋섬 건물 매매 계약이 통상적이지 않는 특약내용까지 담긴 불공정 계약"이라고 집중 질타했다. 건물과 토지 계약금이 각각 1원씩 2원으로 설정됐는데 위약금은 20억원으로 책정된데 따른 것이다. 이미 중도금이 지급돼 계약해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계약에 대해 박경훈 이사장은 되레 "건물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가하면 재밋섬 건물 매입의 사업비 승인 과정에서도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단의 기본재산 변경은 사업비가 결정되고 특별회계 승인 이전에 변경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정관변경 절차 없이 기금 지출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잔금 납부기일이 11월30일로 시간이 충분함에도 6·13지방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 날에 도지사 대신 국장 전결로 기금 사용 승인이 이뤄졌다. 말그대로 속전속결이 아닐 수 없다.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문화공간 확보도 중요하지만 100억원 넘는 도민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실효성과 절차적 타당성은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과 관련해 문화예술계·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의회와 사전협의 등 공론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제주도와 재단이 시종일관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원희룡 지사가 강조하는 협치를 스스로 부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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