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 여부를 놓고 공론화조사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긴 제주도가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공문조차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현수 의원은 17일 제주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녹지국제병원 허가 추진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제주도에 보낸 공문을 공개하고 제주도의 무소신, 무책임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해 8월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신청하자 다음달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허가 관련 검토의견을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11일자 '외국의료기관(녹지국제병원) 관련 회신'에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권자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므로 제주도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차일피일 허가여부를 미루다 올해 4월에야 공론화조사위원회를 구성, 도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제주도가 700억여원을 들여 완공, 이미 직원들까지 고용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불허할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됨에 따라 허가 여부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허가해준다면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로 제2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 초부터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간을 끌어서 될 일은 결코 아니다. 제주도가 도지사 권한을 일개 조사위원회에 떠넘긴데다 지금에 와서는 공론조사 결과 불허가로 나오더라도 지키지 않아도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수치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제주도는 비겁하게 조사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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