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제주하면 수려한 풍광이 연상된다. 그 풍광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명소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한라산과 쪽빛 바다는 생각만 해도 즐겁고 상쾌하다. 어진 사람(仁者)은 산을 좋아하고 슬기로운 사람(智者)은 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공자는 요산(樂山)과 요수(樂水)라 했다. 요산과 요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면 자연환경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제주가 바로 그런 섬이다.

자연은 문화의 상대적 개념이다. 자연이 인위(人爲)가 부과되지 않은 상태라면 문화는 창조 적 개념으로 인위적이다. 앞에서 말한 요산과 요수의 요(樂)는 문화적인 활동 영역에 속한다. 창조적 개념으로서의 문화는 인간에 의해 이룩된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라고 하는 자연에 문화를 입혀서 그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른바 문화의 후광효과(일부 특정 요소가 전체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현상)를 극대화시키자는 것이다.

문화가 중요한 것은 중국과 일본이 우리의 이웃이지만 그들이 만든 제품에 대한 평가는 같지가 않다. 일본의 제품은 신뢰도가 높은데 반해 중국 제품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유야 많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이유는 중국은 지금도 '가짜 쌀', '가짜 계란'과 같은 가짜를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근시안적인 이윤만을 추구한다는 반문화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유(類)의 제품이라도 프랑스나 이탈리아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선호도와 동경심은 그들 나라의 문화 배경에 대한 신뢰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다 팔고 있지만, 독일,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그것에 비해 신뢰도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그건 우리나라의 문화 배경이나 수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가 비록 수려한 자연 자원으로 선호하는 관광지이지만 그 자연 자원에 문화를 입히지 않는 한 그렇지 않은 다른 관광지에 비해 그 선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의 후광효과는 물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문화가 있는 제주를 만들어야만 한다. 특히 다양한 문화를 입힘으로써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제주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 제주의 문화사업 내지 문화정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지방자치의 특성상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독자적인 문화사업과 문화정책을 수립ㆍ추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1999년의 '문화사업진흥기본법'이나 2014년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제주특별자치도'가 독자적인 문화사업과 문화정책을 마련해서 21세기형 제주전략산업으로 추진한다면, 제주의 경제 발전은 물론 제주인의 문화적인 삶도 질과 양에 있어 크게 향상될 것이다. 특히 21세기는 문화의 유무와 수준이 조직이나 사회 평가(가치)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 위해 문화를 바라보는 제주시민의 안목과 소양을 높임으로서 문화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문화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문화는 창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문화를 생활화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영화, 연극, 음악, 미술, 만화 등과 같은 문화의 영역을 확대해서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동시에 그것을 팔고 사는 화랑, 공연기획사, 극장, 출판사, 서점, 영화관, 문화체험관 등도 열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제주가 되어야 한다. 금후 제주가 단순히 즐기는 문화에서 상품과 서비스에 문화의 옷을 입혀서 수출할 때, 제주는 명실상부한 문화 산실로서의 '특별자치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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